▲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와 관련해 미국 등 서구권 외신들은 한미 우호 관계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먼저 방미 일정 내내 양국 정상의 만남을 비중 있게 다뤘던 CNN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한국과)앞으로 170년 동안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조명하면서 한미 양국의 연대감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방미에 맞춰 투자 거래액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을 ‘1등 세일즈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 또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일본의 협력을 촉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우익 성향 매체마저 윤 정부의 성과를 지지하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자조적인 목소리도 전했다.

지난달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미 핵억지 강화를 지역 안정으로 연결하라’는 사설에서 한미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화된 확장억제 강화의 방안으로 핵협력그룹(NCG)을 출범시키기로 한 데 대해 “일본의 안전보장과 크게 관련된 문제인 만큼 미한(한미) 양국과 협력을 심화시켜, 지역 안정으로 이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한미일 3개국 틀에서 (NCG와) 같은 협의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한미의 확장억제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면 미일 대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비핵3원칙이 있는 일본은 한국과 동일하게 논의할 수 없으나, 안고 있는 과제, 처지는 같다. (일본) 국내 논의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도 ‘한미 정상회담, 확장억제 강화가 급선무’라는 칼럼을 통해 한미 정상이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북한에 대해 핵사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북한 눈치보기에 시종일관 미국과 거리를 뒀던 문재인 전 정부와 달리 윤 대통령은 북한 위협에 현실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 강화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이어 산케이는 NCG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윤 정권이 행동으로 보여준 핵 위협에 대한 위기감, 문제의식을 기시다 정권은 어디까지 가지고 있느냐”며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을 본받으면 어떻겠느냐”고 촉구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방미가 바이든 대통령의 환대는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날 보도에서 “윤 대통령 외교 정책은 워싱턴, 도쿄와의 거리를 좁히며 국내 여론의 양극화를 초래했다. 비평가들은 윤 대통령이 얻은 것이 거의 없다는 평가도 내렸다”고 보도했다. 

NYT는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와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비판을 소개하며 워싱턴 선언에 대해 긍정적 평가들이 있음에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매체는 아울러 워싱턴 선언이 한국의 대북 외교 강경 노선과 온건 노선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과 북한은 관영 매체들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방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한미 양국의 ‘워싱턴 선언’에 대해 연일 한반도 비핵화에 어긋난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는 사설을 통해 ‘핵우산’을 되찾으려고 윤 대통령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비현실적이고 새로운 위험만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체는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의 의견을 실으며 “확장억제 전략은 동맹국인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닌 북한의 군사력 강화를 빌미로 중국, 러시아,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 자산을 배치하기 위한 핑계”라고 평가했다. 

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했다. 이번 방미에서 윤 대통령이 투자받은 액수가 59억 달러라는 점에 대해서도 “중국에 대한 공격적 정책으로 경제 및 교역 등 여러 분야에서 치러야 할 대가를 보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에서 처음으로 ‘워싱턴 선언’ 채택에 반발했다. 

김 부부장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며 “군사·정치 정세는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정권 종말’을 언급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서는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으로,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못난 인간”으로 비난의 화살을 퍼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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