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사유, 실언에 녹취록 유출 더해져
병합심리 결정, 속전속결

▲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 파문' 등 최근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 파문' 등 최근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태훈 기자 |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3일 긴급회의를 열고 이미 징계 선상에 오른 태영호 최고위원의 녹취록 논란 건을 기존 징계 사유와 병합하기로 의결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이날 오후 진행된 윤리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월요일 오후 4시 회의에서 (태 최고위원의 음성 녹취 건을) 기존 징계 안건과 병합해 심리하기로 의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태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첫 윤리위 회의에서 결정한 JMS 관련 SNS(소셜네트워크) 게시물, 제주 4·3 사건 관련 발언에 더해 녹취론 안건까지 총 3건에 대해 징계 여부를 심사받게 됐다.
 
이는 김기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으로 보인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태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김기현 대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함과 동시에 당원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윤리위원회에서 함께 병합해 판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태 최고위원은 앞서 제주 4.3 사건을 ‘북한 김일성의 지시’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더불어민주당을 쓰레기(Junk)·돈(Money)·성(Sex)의 영문 단어 앞글자를 따 JMS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 이같은 발언을 문제 삼아 윤리위는 지난 1일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절차를 개시했다.
 
병합해 심리하기로 한 사안은 ‘대통령실 공천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킨 태영호 의원실발(發) 녹취록 유출이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3.8 전당대회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다음날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만났다고 한다. 태 최고위원은 이 수석과 만나 나눈 대화를 의원실 보좌진들과 공유했는데, 해당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3월 9일 <MBC>는 태 최고위원이 이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보좌진을 모아놓고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더불어)민주당이 한-일 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에 대해)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 된다’고 이 수석이 얘기했다”며 “최고위원 마이크를 잘 활용해 그 발언이 대통령에게 보고되면 걱정하는 공천 문제는 신경 쓸 필요도 없다”라는 음성 녹취를 보도했다.

‘녹취록 유출’ 논란이 ‘대통령실 공천개입’ 의혹으로 번지자, 병합심리 결정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당이 ‘태영호 리스크’를 벗기 위해 빠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 안팎에선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지도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 ▲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기현 대표. 사진=뉴시스
▲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그의 왼쪽에는 김기현 대표가 무표정으로 태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태 최고위원이) 정무수석이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본인이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켰다”며 “당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됐다는 점에 대해 (윤리위가) 평가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한편,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통해 “태영호 죽이기에 의연하게 맞서겠다”며 ‘정면돌파’를 시사했다. 태 최고위원은 녹취 논란의 본질은 ‘불법 유출’에 있다면서 “내부 회의 내용을 불법 녹음하고 유출한 자는 수사를 통해 끝까지 색출하도록 하겠다”고 되려 엄포를 놨다.

실언 논란에도 ‘자숙’대신 당의 부담을 가중시킨 태 최고위원에게 중징계가 예상된다.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이면 다음 총선 공천에서 사실상 배제되는데, 대통령실까지 피해를 준 상황에서 이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징계 수위는 소명 절차를 거쳐 오는 8일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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