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화 없으면 정치 기능 발휘 못해”
취임 1년, 野 만나지 않는 尹 겨냥 해석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문을 연 평산책방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이 추천하는 책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문을 연 평산책방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이 추천하는 책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태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과 야당의 소통을 강조했는데, 취임 1년간 영수회담을 거부해온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오후 3시쯤 평산책방에서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맞이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서점을 둘러보며 문 전 대통령과 담소를 나눴다.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앞치마를 둘러메고 책방 카운터 섰다. 이 대표가 “책방 주인이 특별히 추천할만한 게 있으실까요”라고 묻자, 문 전 대통령은 ‘기술의 충돌’, ‘같이 가면 길이 된다’, ‘한국과학 문명사’, ‘아버지의 해방일지’ 등 네 권을 권했다. 이후 일동은 문 전 대통령 사저로 이동해 40분가량 비공개로 간담회를 가졌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은 최근 국내외로 여러가지 어려운 사정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데, 민주당이 단합하고 더 통합하는 모습으로 현재의 국가적인 어려움을 타개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앞서 이 대표가 여당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고 온 것을 평가했다고 권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때 야당 사무실을 방문하셨던 그 일을 회고하면서 당시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했던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최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문을 연 평산책방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와 책방에서 봉사를 마친 뒤 사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최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문을 연 평산책방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와 책방에서 봉사를 마친 뒤 사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 수석대변인은 이어 “대화는 정치인에게는 일종의 의무와 같은 것”이라며 “대화가 없으면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문 전 대통령이 말했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최근 대통령실이 제의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 관련 언급인가’라고 묻자, 권 수석대변인은 “과거에 대통령으로 재임하시면서 느꼈던 것들”이라며 “문 전 대통령이 당시 야당들과 여러 채널로 대화도 하고, 실제로 당시 청와대에서 야당 대표들과도 만남을 진행하셨으니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하신 말씀”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문 전 대통령의 말은 일견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은 윤 대통령을 저격한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24일 첫 여야 지도부 회동을 시작으로 동년 5월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를, 9월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독대했다. 2011년에도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가져 총 3차례나 야당 대표를 만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제1야당 대표와 단독 영수회담을 진행하진 않았으나, 2015년 여야 지도부를 만나 3자회동을 가졌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만난 것 외에도 3차례나 여야 지도부 만남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간 여당 지도부만 7차례 만났고, 야당과의 대화는 전무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이제 역동성을 회복해서 젊은 층에게 더 사랑받는 정당으로 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에선 ‘하나가 되자’는 게 의원들, 또 당원들의 다수 의견”이라며 문 전 대통령 앞에서 실제로 서로 손을 맞잡기도 했다고 권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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