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수 통신원
▲ 황영수 통신원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가장 큰 경제주체는 단연코 미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22년에 세계 총생산(GWP)의 23%, 구매력 평가(PPP) 대비 세계 총생산의 약 2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미국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계 경제 침체의 뇌관으로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불과 지난 3월, 40년 역사를 가진 실리콘뱅크은행(SVB)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권 위기에 불을 당긴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약 31조4천억 달러(약 4경1511조원)에 달하는 부채 상한선을 증액하지 못할 경우 현금이 바닥나는 6월 1일 채무 불이행 상태인 디폴트 상황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와 야당인 공화당이 첨예한 입장차를 두고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도 경제재앙과 다름없는 디폴트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예측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한다 치더라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미 은행들이 대출한도를 줄이고 대출조건까지 까다롭게 따지고 있어 가뜩이나 돈줄이 마르고 있는 민간부문에 고통이 가중되며 신용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세계 경제에 드리우고 있는 암운이 이 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제조업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지난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가 전망치인 51.4에 크게 못 미치는 49.2를 나타내며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한 비제조업 PMI 역시 56.4로 확장세에 자리잡고는 있으나, 12년만에 가장 활발한 수치인 58.2를 기록한 전월보다 떨어져 전반적인 하락국면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PMI 수치가 50 미만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이상이면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국의 제조업 현황은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세계 경제의 6분의 1을 차지하며 3위의 경제규모인 유럽연합(EU)의 상황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독일 연방 통계청의 발표를 인용해 3월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무려 3.4%나 감소해 지난 해 5월의 3.7% 하락에 이어 12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며 3개월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이는 학계가 추정했던 1.3% 감소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 10월과 내년 3월 사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시장의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투자자산이 어느 곳으로 이동하는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변동이 심한 자산시장에서 귀금속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상대적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지속적인 자산이탈이 일어나는 가운데 지난 4월 3일부터 4월 25일까지 미국 갤럽에서 미국 성인 1,01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해당 조사에서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 약 26%에 해당하는 미국인들이 금을 가장 좋은 투자처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대비 금에 대한 선호도가 두 배나 상승한 수치이다.

지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투자선호도에서 금이 주식을 앞선 것이다.

물론 여전히 부동산을 장기투자 투자 1순위로 꼽는 응답자들이 34%에 달하고 있지만,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전년의 45%보다 대폭 감소한 바 상당한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식은 불과 18%의 응답자만이 손을 들어주며 2012년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낸 2022년의 공포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익히 많은 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1950년 이후 최대의 매입량을 기록하며 지금도 기록적 사재기를 멈추지 않고 있는 각 국의 중앙들은 정치지정학적 갈등과 팬데믹을 지나오며 축적된 인플레이션에 대항해 자국의 경제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민간부문이 금에 집중하는 이유 역시 간단하게 설명이 가능하다.

1971년 이래 미국에서 과거 7번의 경기침체 중 금이 5번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경기침체 기간 중 S&P 500지수 대비 금이 무려 52% 더 많은 수익을 냈다는 사실로 금 선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이렇듯 중앙은행들과 민간부문은 경험적 데이터로 기나긴 불황의 터널에 진입한 어두운 경제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장기적이고도 전략적인 자산으로 금을 선택했고 그것이 곧 현재와 앞으로도 있을 금값 상승의 대표적 모멘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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