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보건소 “이쪽 한강은 성동구가 아닌 서울시가 관리”
서울시 자연생태과 “아직 하루살이가 큰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다는 보고 받은 게 없다”
을지대 양영철 교수 “쉴 곳 없으니 민가에 몰려...생태계 파괴에 포식자 사라져”

▲ 성동구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소파 뒤에 동양하루살이 사체가 쌓여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성동구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소파 뒤에 동양하루살이 사체가 쌓여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박희영 기자 | 모기를 뒤잇는 여름밤 불청객이 찾아왔다. 최근 동양하루살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은 물론 가게 점주들까지 피로를 겪는 가운데, 지자체 소관부서 간의 ‘한강 방역’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날개가 화려해 ‘팅커벨’이라고도 불리는 동양하루살이는 하루살이과의 곤충으로 2급수 이상 수질에 서식한다. 그렇기에 성충이 되는 5월부터 서울 강동·광진·성동구, 경기 양평, 남양주, 하남 등 한강 수계의 도심에 대량으로 출몰한다.
 
동양하루살이는 입이 퇴화해 모기처럼 사람을 물거나 동식물에 질병을 옮기지 않지만, 수백 마리 씩 떼를 지어 다니는 탓에 혐오감을 불러 일으킨다.
 
예년보다 기온이 빠르게 오른 탓에 시민들은 벌써부터 동양하루살이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전했다.
 
▲ 광진구의 한 가게 간판에 동양하루살이가 모여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광진구의 한 가게 간판에 동양하루살이가 모여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서울 광진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어둑해지면 어김없이 하루살이들이 날아다닌다”며 “심한 날엔 편의점 바깥 유리에 수십 마리가 붙어 있을 때도 있다”고 호소했다.
 
성동구 프렌차이즈 카페를 찾은 시민 B씨는 “무심코 뒤를 봤는데 카페 안까지 하루살이가 들어와 있어 무척 놀랐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자 뒤를 보니 이미 몇 마리가 비쩍 말라 죽어 있었다”고 울상 지었다.
 
동양하루살이 퇴치 방역 여부에 대해 성동구는 서울시 등 다른 행정기관과의 협조를 강조했다.
 
성동구 보건소 관계자는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낮에는 동양하루살이가 숨어 있는 주택가 풀숲에 살충 작업을 하고, 야간에는 한강 변 등에 포충기를 가동하고 있다”며 “방역기동반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방역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충이 서식하는 한강 상류는 상수원 보호구역인 만큼 살충제 등 방역에 제한이 있어 근본적인 퇴치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자연적으로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남양주의 경우 포식자인 미꾸라지를 방류하기도 하는데, 공교롭게도 이쪽 한강은 성동구가 아닌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다”며 “‘같이 움직여보자’고 서울시에 건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지난 22일 서울시 자연생태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서울시 내에서 하루살이가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보고는 받은 게 없다”며 “(하루살이 개체수를 자연적으로) 저감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된 것도 없다”고 전했다.
 
 다만 “민가나 개인 등으로부터 (하루살이로 인한 생태계 피해사례) 제보를 받으면 거기에 맞게 대처할 방안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초여름 나들이의 불청객이 된 하루살이에 대해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양영철 교수는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지자체가 한강 유역 풀숲을 깎아버린 탓’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하루살이는 알, 유충, 아성충(성충과 유사하나 은신하는 상태)을 거쳐 성충으로 성장한다”며 “유충에서 아성충으로 자란 하루살이는 풀숲에 숨어 10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다. 활동량이 거의 없는 만큼 이 시기에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양주의 경우 강 근처 풀을 깎아 아성충이 숨을 곳이 없다”며 “풀숲이 없으니 빛이 이끌리는 하루살이 특성상 아파트나 상가 등 빛이 나는 곳에 모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양 교수는 자연 생태계가 인위적으로 무너지면서 먹이 사슬이 끊어진 점도 지적했다.
 
그는 “토종오리나 쏘가리 등이 이런 알을 먹고 사는데, 4대강 사업으로 포식자의 서식지가 많이 없어졌다”며 “이전에는 자연적으로 (하루살이 개체수가) 줄어들었을 텐데, 지금은 아니다. 한강뿐만이 아니라 4대강 인근이 모두 그렇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동양하루살이 떼의 움직임이 이달 25일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 교수는 “3~4일 정도 소나기가 집중적으로 내려야 하루살이의 활동이 억제된다”며 “만일 지금부터 비가 오지 않는다면 지금 상황으로는 25일까지 하루살이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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