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석 교수 “의약용 소재로서 잠재적 가치 있어”
트로포마이오신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한 소비자들
‘식품 안전성 보장’ 과제 남아...전문가와 상담 필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코리아=박희영 기자 | 식용곤충이 미래 식량으로 뜨겁게 부상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먹거리인 식용곤충을 하루빨리 식탁으로 올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의 인식개선과 관련 업계의 다양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입 모아 말했다.

국내에서 안전성을 인정받고, 식품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식용곤충은 식용 누에, 메뚜기, 갈색 거저리 유충 등 10종에 이른다. 몇 년 전부터는 식용곤충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일부 학교 급식을 통해 어묵, 돈가스 등 친숙한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한국 일부 성인의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 구매 및 섭취 실태’(박은선, 최미경. (2020). 53(2), 190-202.)에 따르면 식용곤충에 대해 들어본 대상자는 87.0%인 반면, 이용 경험자는 36.6%로 비교적 낮았다.
 
연구 결과 식용곤충(제품)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식용곤충에 대한 거부감’이 4.1점으로 가장 높았다. ‘신체적 안전 우려’ (알레르기 등) 3.5점, ‘제품의 신뢰가 낮아서’ 3.5점, ‘비싼 가격’ 3.2점이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식용곤충이 탄소 절감에 효율적이고, 영양학 측면에서 손색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전 세계가 앞다투어 미래 식량 확보에 나섰다.
 
UN은 세계 식용곤충 시장이 2030년까지 63억 달러(한화 약 8조3000억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발맞춘 일본은 1차 산업인 양잠산물을 2차, 3차 산업으로 인식하고 육성 시도에 나섰다. 미국, 중국, 유럽 등도 식용곤충을 미래 식량 자원으로 점 찍고 시장을 키워나가는 추세이다.
 
 
▲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전 경남곤충산학연협력단장)
▲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전 경남곤충산학연협력단장)
전 경남곤충산학연협력단장을 지낸 경상국립대학교 김일석 명예교수는 30일 <투데이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곤충을 꺼리는 것은 문화적 배경이나 개인의 경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형성돼 쉽게 변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식용곤충이 가진 이점과 윤리적 소비 측면에 대한 사회적, 심리적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해 교육, 정보제공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전국 규모 단위의 홍보, 캠페인, 언론 홍보 등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거시적 관점에서 민관의 통합적인 투자 역시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식용곤충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점을 고려해 정부는 대국민 인식개선을 통해 총체적인 홍보전략 수립과 지원 방안을 마련·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식용곤충을 섭취한 뒤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는 소비자들이 속속히 등장하면서 ‘식품 안전성 보장’ 역시 숙제로 남았다.
 
김 교수는 “소비자들은 곤충기반식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며 “식품 섭취 시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정부나 산업계가 조치해야함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식용곤충은 갑각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트로포마이오신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만, 알레르기 원인 식품 표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해 연구가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8년도 당시 식용곤충이 알레르기 발생 빈도가 낮고,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 표시 대상으로 지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2023년 현재까지 식용곤충을 식품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분류되지 않았다”며 “다만 이를 감안 했을 때 현재 유통 중인 식용곤충 식품에는 ‘알레르기 주의사항’만 표기되어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은 식용곤충을 섭취할 때 관련 의학적 조언과 안전성에 대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식용곤충의 성장을 이끄는 두 축으로 ‘건강 기능성’과 ‘의약용 소재’를 꼽았다.
 
그는 “향후 곤충기반식품은 단순히 원재료 자체를 활용하는 것 보다는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환자식 등 특수식품과 의료용 분야에 대한 연구·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의약용 소재로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으로 관계부처와 연구진들의 ‘전략 수립’ 그리고 ‘실천적 이행 여부’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용곤충이 더는 징그럽고 더럽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혐오의 대상이 아닌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먹거리로 하루빨리 자리매김하기를 학수고대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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