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물리친 사례 연구 더욱 발전시켜야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사드 배치 이후 전자파 유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성주 참외가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무척 반갑다. 끝없이 이어지는 여야 대치 정국에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거래 의혹과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사건, 민주노총의 집단 시위까지 짜증 나는 소식만 들리던 터라 더욱 그러하다. 한때 ‘사드 참외’ 괴담에 휩싸였던 성주 참외가 지난해 총매출액 5763억원을 기록, 1970년 시설재배에 성공한 이후 52년 만에 최고치를 인정받았다.
 
성주군은 햇빛 투과율이 좋은 하우스에서 톱밥발효퇴비와 키토산, 게르마늄, 꿀벌 활용 농법 등 친환경 재배로 당도와 품질이 뛰어난 참외를 생산해왔다. 전국 참외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생산지로 주민들의 자부심도 컸다. 그러나 2016년 정부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을 성주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뒤 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괴담이 나돌기 시작했다.
 
‘사드의 전자파가 참외를 썩게 한다’는 식의 괴담이 봇물을 이뤘다. 사드 전자파로 생태계가 타격을 받아 벌 나비 등 곤충이 죽고 참외 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줄 거라는 주장도 나왔다. 몇몇 단체와 주민들이 나서 사드 장비와 물품 반입을 막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괴담에 열 받은 일부 농민들은 참외밭을 갈아엎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의 등교 거부와 주민 삭발로 지역 여론이 흉흉해졌고 주민 설득을 위해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감금됐다가 풀려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해발 600m가 넘는 고지에 설치된 성주의 사드 레이더는 전방 상공을 향해 전자파를 쏘기 때문에 주민이나 농작물에 피해를 줄 우려는 애당초 허구였다. 정부가 사드 기지 인근지역에서 측정한 전자파 수치는 기준치(㎡당 10W)의 2600분의 1 수준으로 비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미미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없이 무책임하게 유포된 괴담이었지만 이념 성향의 시민단체와 선동가들이 끼어들어 혼란과 공포를 키웠다.
 
사드가 들어오고 난 뒤 괴담은 어디에서도 눈앞에 드러나지 않았다. 전국적인 작황 부진으로 잠시 주춤했던 성주 참외 생산량은 2019년 이후 안정세를 되찾았다. 과학적 근거 공개와 함께 괴담의 허상이 밝혀지면서 ‘성주 참외’ 브랜드 가치가 되레 치솟고 이는 전국 소비자들의 호응과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성주군에 따르면 2016년 3710억원이었던 성주 참외 매출이 2017년 5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이듬해를 제외하고 매년 최고 기록을 바꿨다. 지난해 실적을 사드 배치 직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성주 참외 매출이 55% 증가한 셈이다.
 
일부 정파나 이념 단체들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심리적 공포를 자극하는 괴담을 퍼뜨려 국정 혼란을 초래, 민심을 흔들어 놓은 폐해는 성주 참외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파동이 그러했고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국가 시책으로 내세워 원자력 발전소 가동 중단에 나섰다. 근거가 부족한 4대강 보(洑) 해체 주장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타결지었다. 야당은 반미감정을 자극해 공세에 나섰고 MBC의 PD수첩은 광우병 보도로 시위를 촉발했다. 방송과 시민단체가 앞장서 ‘뇌송송 구멍탁’이란 자극적인 괴담을 퍼뜨려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육골분 사료 금지와 광우병 통제 강화가 시행되면서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할 확률은 더욱 낮아진 상태였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에 들어가지만 광우병 공포가 국내에서 현실로 나타난 적이 없다.
 
과학적 근거 없이 막연한 공포를 내세운 괴담은 탈원전으로 다시 나타나 국가 에너지 정책에 일대 혼란을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건설 중인 원전 공사 중지,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를 강행했다. 탈원전은 원가 상승으로 한국전력의 부실화를 불러 전기요금 급등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겼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2017년부터 2030년까지 총 47조4000억원의 탈원전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철저한 검증, 공개가 신뢰 관건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출을 둘러싼 논란은 여야 정치권 대립으로 증폭돼 국민 걱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가 파견한 현장 시찰단 역할을 둘러싼 평가도 진영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려 갈수록 꼬이는 느낌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은 기후와 해양 환경 등 조건에 따라 서로 달라 오염수 방출 영향을 단정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국제법과 안전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검증을 실시, 6월 중 최종 보고서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한다. 우선 일본이 오염수 처리부터 방출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성실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 정부는 오염수 방출에 대비한 방사능 검사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국제공조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인 검증과 철저한 공개가 괴담을 막는 지름길이다. 검사 결과와 정보 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정부가 이를 국민에게 약속한 만큼 믿고 대처하면 될 일이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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