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세웅 신부가 지난 3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함세웅 신부가 지난 3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한 정교분리(政敎分離)와는 반대로 종교계 인사들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더불어민주당과 함세웅 신부를 마치 애한교직(愛恨交織)의 관계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7일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명에게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자당 혁신위원장으로 추천한 인물이 함세웅 신부라고 밝혔다.

송 최고위원은 이날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민주화운동 원로분들 추천이 있었다”면서 “그분(이래경)도 처음에는 굉장히 망설이고 고사했지만, ‘함세웅 신부등이 이래경 씨를 설득했다’라는 이야기를 이재명 대표가 직접 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의전 서열 8위에 달하는 이 대표에게 최고위원들도 모르게 비공개 과정 속 종교계 인사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송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사전에 이래경이 누군지를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던 것 같다”며 “거의가 아니라 (당시 자리했던 최고위원) 다”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당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공식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 결함”이라면서 “(함 신부의 혁신위원장) 추천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검증 절차도 없었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이는 비단 민주당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국회 내에서 종교인들의 영향력이 연일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힘은 수석최고위원과 당대표가 직접 전광훈 목사에 동행을 약속하거나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천권 폐지하고 후보자 경선을 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천권 폐지하고 후보자 경선을 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월1일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은 3·8 전당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전 목사가 주도한 ‘3·1절 국민대회’에서 “최고위원이 되면 고향 선배인 존경하는 전광훈 목사를 잘 모시고 함께 가겠다”며 공개적으로 동행할 것임을 공표했다.

수석최고위원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수석최고위원 당선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전문 수록’ 공약에 반대하는 전 목사에게 동조하며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 아니냐”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라는 등의 입장을 지속 주장했다.

김기현 당대표도 전광훈 목사에 전당대회 당시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전하며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로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후 전 목사와의 커넥션 지우기에 돌입하면서 ‘종교계발 리스크’를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은 지난달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실 저는 그 분(전 목사)을 행사장에서 두 번 만난 것 외에는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며 “그 내용은 전혀 아닌데, 그런 말(천하통일 발언)을 해서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후회한다”고 자신의 발언을 주워 담으려고 시도했다.

김기현 대표 또한 도움을 요청하고 나서 전 목사가 향후 공천관리위원장 인선 시 본인의 동의를 받으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와 그 즉시 요구를 거절했다며 전광훈 지우기에 들어갔다.

여야가 이처럼 종교색을 지우지 못하는 것은 이들이 동원할 수 있는 세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는 국교부인과 정교분리 원칙을 규정해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종교계 거물들이 행사할 수 있는 동원력에 무릎 꿇고 그들에게 입법을 담당하고 있는 헌법기관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자유권을 내주었다.

도움을 받거나 추천을 받을 수 있다손 쳐도, 이를 지도부가 비공개적으로 진행할 것이 아닌 당내 의원들과 소통과 논의를 통해 합치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모습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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