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꿀벌들이 사라진 벌통. 사진=제보자
▲ 꿀벌들이 사라진 벌통. 사진=제보자
투데이코리아=박희영 기자 | 꿀벌집단 폐사의 원인 중 하나인 ‘꿀벌 응애’ 확산 시기가 다가오면서 양봉인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응애 방제를 위해서는 약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미 내성이 생긴 해충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으면서이다.
 
지난달 8일 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약 50%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꿀벌이 실종하는 원인으로는 기생충, 기후 환경, 밀원(꽃과 꽃가루를 통해 꿀벌의 생산을 돕는 식물) 부족 등 다양한 이유가 맞물려 작용한다.
 
그중에서도 양봉 업계 관계자들은 꿀벌에게 치명적인 기생충 ‘응애’ 확산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응애는 꿀벌 애벌레와 성충에게 직접 피해를 주고, 각종 질병과 바이러스를 매개해 양봉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해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약 40만~50만개 봉군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작년 12월 기준 꿀벌 사육 봉군 수는 전년(269만개)보다 8.2%(22만개) 줄어든 247만개로 집계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시설·장비 보급 등을 확대하고, 입식비와 사료비 등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취재진과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방제조치에 앞서 제대로 된 약제가 먼저 나오는 게 급선무”라고 반박했다.
 
양봉 업계 관계자들은 응애 박멸이 어려운 이유로 농약에 대한 내성 때문이라고 입 모아 주장했다. 매번 같은 살충제를 쓰니 응애는 내성이 생겨 강해지고, 오히려 살충제 성분으로 인해 꿀벌이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어기구·이원택·정희용 의원의 공동 주최로 열린 ‘지속가능한 양봉산업을 위한 꿀벌 집단폐사에 따른 대책 토론회’에서 입증됐다.
 
김영호 경북대학교 교수는 “플루발리네이트가 응애 방제에 효과가 없다는 농가들의 호소가 있어 실제로 연구해봤더니 플루발리네이트에 저항성이 있는 돌연변이 DNA를 가진 응애들이 발견됐다”며 “새로운 약제를 사용해야 하지만 다른 방제약도 지속해서 사용하면 또 다른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어 저항성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플루발리네이트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한편, 방제약 선정 방식을 개선해 2년 연속 동일 성분의 약제를 지원할 수 없도록 하는 방침을 세웠다.
 
또한 6∼10월을 꿀벌 집중방제 기간으로 정하고 ‘내성 응애’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방제약 지원 예산도 지난해 56억4500만원에서 올해 60억7100만원으로 증액한다.
 
국립농원과학원 양봉생태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응애의 밀도를 낮추고, 벌을 강하게 사육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벌통을 직접 열지 않고 응애 유무를 확인하는 방법과 약을 뿌리지 않더라도 응애 침입 발생을 줄이는 방법도 연구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