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수 통신원
▲ 황영수 통신원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1,300원대 초중반에 머물며 전세계적인 달러 약세 현상에도 힘을 쓰지 못하던 원화 환율이 지난 6월 8일 1,300원을 기점으로 내리기 시작해 현재 1,270원대마저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달에 반도체 수요 회복 기대감에 따른 외인들의 증권투자 자금 약 114억 3천만불이 유입되면서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외인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환율이 상당한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6월 13일 오전 8시 30분에 미국의 지난 5월 소비자 물가(CPI)가 발표되는데, 전문가들은 4.2%로 전월의 4.9%에서 상당히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역시 지난 5월 19일 “금리를 더 이상 올릴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발언하며 미 국채시장에 몰려있던 투자자금들이 투자처를 찾아 이동한 것도 반도체 증시에 자금을 유입시킨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팬데믹을 관통하면서 강력한 파워를 자랑했던 미 달러화와 채권시장에서 달러화가 조금씩 빠져나오는 현상은 곳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데 미 달러화를 약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원인 두가지를 꼽아보고자 한다.
 
첫째, 미 재무부의 국채발행이다.

미 정부부채 법정한도를 놓고 협상결렬을 거듭하던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의 줄다리기는 5월말이 되어서야 타결되었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올 연말까지 무려 1조 1천억달러(한화 약 1,430조원)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현금조달에 나선다. 미 정부는 당장은 국채를 통한 현금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지만 1조달러가 넘는 국채규모는 미국에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한 때 최고의 안전자산 중 하나로 공인받던 미 국채가 대량으로 발행됨으로써 이자율이 올라가고 국채가격이 하락해 이는 곧 위험자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다시 시중은행의 유동성에도 악영향을 미쳐 은행들의 줄도산을 유발할 가능성도 올라간다.
 
둘째, 신흥국들의 달러보유 회피, 금 보유 열풍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20년 3월에 전체 외환보유고 6,430억달러중 무려 60%에 달하는 3,880억달러를 미국 등 서방국가에 예금 및 채권 등으로 보유하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상당한 액수의 미 채권도 포함되어 있었다. 2020년 2월 기준으로 최대 125억 8,600만불까지 보유했다가 탈(脫)달러화 정책으로 규모를 줄여 우크라이나 침공직전인 2020년 1월에는 45억 3백만달러까지 그 규모를 줄인 상태였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이 러시아 외환보유고 중 상당부분을 차지한 미 국채 등의 처분을 동결조치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미국에 비우호적인 국가들은 러시아를 타산지석으로 “미국 채권보유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대신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 55년만의 최고라는 중앙은행들의 골드러시 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이는 정치지정학적 이슈가 사라지지 않는 한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계속 확산되는 것 또한 각국 중앙들의 금매입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 때 암호화폐가 안전자산의 지위를 확보하려다가 변동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확고부동한 안전자산중의 하나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던 미 채권마저 그 지위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급변하는 경제상황과 국제관계속에서 “안전”한 자산을 향한 중앙은행들의 구애와 엄청난 국채발행으로 금값과의 상대성(Co-relation)을 상실하며 스스로의 기축통화 지위를 끌어내리고, 달러화 부메랑을 맞는 미 경제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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