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LH 등 비리 요인 수두룩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의 비리 고리가 점차 드러나 막가는 공사판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주택 건설에 LH 출신의 이른바 전관(前官)을 영입한 업체들이 설계용역 및 감리를 수주했고 재무구조나 실적이 뛰어나다는 대형업체 GS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주차장 상판을 떠받치는 콘크리트 기둥에 당연히 철근이 들어가야 하는데 절반의 기둥에 철근이 설계 단계에서 빠졌다. LH와 감리회사는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승인했다. GS건설 시공 과정에서 철근 2차 누락이 발생했고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기준보다 30%나 못 미쳤다. 경제개발 초기 와우 시민아파트가 무너지고 툭하면 도로나 다리가 떠내려가던 부실 공사의 참담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오죽하면 공사판 부조리를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왜색 용어가 아직 횡행할까 싶다. 철근 시멘트 빼먹고 이름뿐인 감리로 부실시공을 적당히 눈감아주는 비리가 여전하다. 자재 덜 쓰고 무리해서라도 공기를 단축하면 이를 원가절감이라 포장하는 식이다. 부실 공사를 덮을 요량이었는지 검단 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위에 흙을 2배나 높게 쌓다가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를 냈다. 어린이 놀이터가 들어설 자리에서 지난 4월 말 일어난 사고다. 공사 도중 일어났기 망정이지 완공 입주 후에 사고가 발생했으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자이’ 브랜드로 유명한 GS건설이 일으킨 사고여서 기존 아파트 입주자나 예정자들의 충격이 더욱 컸다.
 
GS건설은 사고 직후 주차장뿐 아니라 단지 내 아파트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수십년 쌓아온 회사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인 만큼 서둘러 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GS건설의 재시공 비용은 55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설계·시공·감리 어느 한 곳이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GS건설이 시공 중인 83개 현장에 대한 안전실태를 점검해 8월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은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 휘경자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도 장마철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다가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을 샀다. 입주 예정자들은 엄청난 비가 쏟아지는 데도 작업을 강행했다며 우중 타설로 콘크리트 강도가 떨어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대문구청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안전정밀검사를 실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시공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케 한다. GS건설만이 아니다. 주택건설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월 광주광역시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공사 중 외벽이 무너져 내려 7명의 사상자를 냈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양생기간을 감안하지 않고 겨울철 무리하게 타설을 강행하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국토부는 하중이 늘어난 설계변경과 콘크리트 강도 미달, 동바리 조기철거가 주요인이라고 발표했다.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내세워 쾌적한 주거환경과 안전, 편리한 디자인을 자랑해온 대형 건설사들이 총체적 부실로 대형 사고를 치는 실상이다. 특히 검단 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사고는 건설업계에 만연한 자재 빼돌리기와 형식적인 감리, 무리한 공사 강행 등 구조적 비리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LH 등 발주청이 개입하면서 계산은 훨씬 복잡해진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LH 출신 전관을 영입한 건축사 사무소들이 LH 발주 설계용역의 수의계약을 대부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영업정지 몇 개월 문책으로는 먹이사슬처럼 이어지는 부실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분석이 따른다.
 
오염된 조직문화 혁신 시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부실시공을 했을 경우 영업정지나 건설업 등록말소의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화정 아이파크 외벽붕괴사고 당시 국토부는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최고 수위인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서울시에 요청해 영업정지 8개월이 나왔다. 영업정지를 받으면 정지 전 체결한 도급계약이나 인허가를 받은 공사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 또 소송을 통해 효력을 다투며 시간을 버는 길도 있다. 등록말소는 수주실적 등 회사의 모든 기록이 삭제되는 사실상의 퇴출에 해당한다. 단순 부주의나 실책 등은 사안의 경중을 따져 경고 또는 영업정지 등 문책의 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부실 공사의 구조적 비리는 충격적인 조치가 아니고는 혁파하기 어렵다.
 
원 장관은 이미 “발주청과 시공사는 무거운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 경고했다. 협력업체가 많아 파장이 크다고 봐주고 발주청이라고 적당히 넘어가면 부실을 근절하지 못한다. 대형 건설사라도 엄중하게 책임을 따져 쫓아내는 과감한 조치가 따라야 타성에 물든 비리를 고칠 수 있다. 회사로 보면 ‘자이’ 브랜드가 아깝기는 하겠으나 처음부터 다시 출발한다는 무거운 각오로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회사들도 감내해야 할 부담이다. 임직원 부동산 투기, 임대주택 매입사업 비리 등으로 이미 기강이 무너진 LH는 주차장 붕괴사고에서도 발주청 책임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나 존폐의 기로에 몰렸다. 뼈를 깎는 각오로 거듭나겠다는 말도 더는 먹히기 어렵게 됐다. 경영진 총사퇴와 책임자 퇴출로 시작해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오염된 조직문화를 그대로 두고는 어떤 혁신도 기대할 수 없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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