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 ‘쿠데타 주범’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탕에랑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을 받고 있다. 그는 미얀마 유혈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아세안 특별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2021.04.24. 사진=뉴시스
▲ 미얀마 ‘쿠데타 주범’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탕에랑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을 받고 있다. 그는 미얀마 유혈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아세안 특별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2021.04.24.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연내 총선을 실시해 민간 정부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던 미얀마 군부가 결국 약속을 뒤집고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면서 ‘미얀마의 봄’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1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전날(31일) 밤 미얀마 국가방위안보위원회(NDSC)는 국가비상사태를 8월1일부터 6개월간 재차 연장한다고 밝혔다. 

NDSC는 명목상 헌법에 근거한 정부 기관이지만 실제로는 군부에 의해 통제된다.

이에 대해 군부는 “국가비상사태 연장 이유로 총선을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누구나 두려움 없이 투표할 수 있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는 보안조치(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헌법에 따르면 국가비상사태는 기본적으로 1년간 유지되며 이후 6개월씩 2차례만 연장할 수 있다. 즉, 아무리 길어도 국가비상사태는 총 2년을 넘을 수 없다.

그러나 군부는 만 2년이 된 지난 2월1일 “국가가 총선을 치를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국가비상사태를 세 번째로 연장했고, 이번에도 다시 같은 이유를 대며 네 번째 연장을 감행했다.

이를 두고 군부의 통제력이 미얀마 전역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군정이 국가비상사태를 또 연장하기로 한 결정은 결국 군정 스스로가 아직 선거를 치를 수 있을 정도의 통제권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일갈했다.

미 언론 디플로맷(Diplomat)도 “이번 연장은 군부가 의도된 선거를 준비하기에 충분한 통제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군부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를 진압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군부는 인터넷 검열도 강화하고 있다. 양곤의 한 사업가는 뉴욕타임스(NYT)에 “군대가 매일 사람들을 죽이지만, 우리는 애도를 뜻하는 검은색으로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바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조속한 민주적 정권으로 돌아가길 촉구했다.

공습을 피해 달아난 한 청년도 매체에 “군부 독재가 물러날 때까지 우리는 삶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현재까지 군정의 쿠데타 반대 시위 폭력 진압으로 약 3850명이 사망했으며, 2만4000여명이 체포됐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미얀마 군부의 국가비상사태 연장을 규탄하면서 “국가를 폭력과 불안정에 더 깊이 빠뜨릴 것”이라고 꼬집었으며 같은 날 유엔 또한 “미얀마가 가능한 한 빨리 민주적 통치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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