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주민들 생존 위기에 몰려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올해 기록적인 장마철 폭우는 4대강 보(洑) 설치 이후 사실상 중단된 국가 주도의 치수 사업이 얼마나 시급한지 말해준다. 4대강 사업은 2013년 본류 정비와 함께 보 16개를 설치하기까지 속도전으로 이뤄졌으나 이후 환경단체와 야당, 일부 전문가들의 반발이 심해 연계 조치가 이어지지 못했다. 강과 하천을 파헤치는 토목공사를 ‘4대강 삽질’로 비하, 당시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는 여론몰이가 사업 초기부터 성행했고 여름철 보의 수질이 악화하자 ‘녹조라떼’ 소리가 나왔다.
 
이명박 정부는 본류 정비를 마치고 대부분 지방하천인 지류·지천의 준설과 정비를 국가 주도 사업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었지만 정권 지지기반이 흔들려 추진력을 잃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사업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고 문재인 정부는 보를 해체하거나 기능을 정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수문을 상시 개방토록 했다. 그나마 홍수와 가뭄 피해를 걱정하는 유역 주민들이 나서 해체를 반대해 보를 어렵게 유지할 수 있었다. 문 정부는 2018년 9월 국가 주도 댐 건설 중단을 선언, 댐 신축과 증축도 막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가뭄과 홍수가 잦아지고 국지적으로 비가 쏟아지는 게릴라식 폭우가 빈발, 인명과 재산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2020년에 이어 올해도 거대 장마전선이 우리나라 주변에 머물러 엄청난 수해를 불러왔다. 하천 제방이 터져 가옥과 농경지가 물난리를 겪고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도 컸다. 충북 미호천 주변 교량 공사 도중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인근 지하차도가 순식간에 물에 잠겨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속출하는 대형 인재가 났다. 거듭되는 집중 폭우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치수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국민 요구가 높다.
 
2020년 홍수피해가 컸던 섬진강 유역은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곳이었으며 올해도 금강의 미호강 등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류·지천에서 물이 넘쳐 충남과 충북 일대의 피해를 더했다. 정부는 4대강 16개 보를 모두 존치하면서 세종보와 공주보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국가예산을 들여 지류·하천 정비를 서두르고 일부 농업용 댐을 치수 기능을 갖춘 다목적 댐으로 개조하는 방안을 초진키로 했다.

사업 초기부터 반대했던 환경단체와 야당은 4대강 보의 기능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다. 4대강 본류는 보가 없이도 물길이 원활했던 곳이므로 비교적 수해로부터 안전한 지역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보를 해체해야 수질이 좋아지고 홍수조절 능력도 개선된다고 했다. 이러한 주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내린 보 해체 및 개방 결정에 그대로 반영됐다. 환경단체들은 또 사업 초기부터 4대강 본류 대신 지류·지천부터 먼저 물길을 정비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대안을 내놓았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가 지류·지천 정비에 반대해 준설이 늦어졌다는 지적에 대한 반론이다.
 
환경단체의 반론은 유역 주민들의 현장 평가와는 사뭇 다르다. 한강 여주, 이포보 인근 주민들은 보 설치 이후 물난리 걱정을 안 하게 됐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며 금강과 낙동강 등 유역의 주민들 역시 보의 기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현 정부가 하천법을 개정, 지방하천 정비에 나서기로 한만큼 환경단체도 이제는 본류냐 지류냐 순서를 따져가면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본다. 주민 요구나 지방하천 정비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4대강 사업을 허접한 삽질에 빗대어 비방할 근거가 희박하다.
 
물관리는 환경보호와 개발이라는 대립하는 과제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흐르는 물길 따라 강과 하천을 깨끗하게 보존해야 수질과 생물 다양성도 보장되겠지만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에 따른 개발 압력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날이 갈수록 급변하는 기상은 잦은 홍수와 가뭄을 일으켜 자연 하천의 준설 등 정비를 생존을 위한 과제로 만들었다.
 
한강종합개발 교훈 돌아볼 때

 
1982년부터 군사작전 하듯 몰아친 한강종합개발을 둘러싸고 아직 논란과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미 제방과 도로가 주요 시설로 들어섰고 시민의 거주 생활공간으로 변모한 한강 일대를 개발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개발 이전 풍경처럼 한강변에 모래톱과 백사장이 돌아와 물길이 굽이쳐 흐르면 자연환경이 살아나고 회복력도 돌아오리라 기대된다. 그러나 폭우가 쏟아질 때 넘치는 물길은 어찌하고 교통은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인간 필요에 따른 개발 만능의 사고는 마땅히 경계할 일이다. 거꾸로 환경보호를 지상과제로 삼아 안전한 물길 정비와 이용까지 막으려는 태도는 현실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 개발 압력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이 균형을 찾으려면 우선 양극단의 주장부터 완화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허구한 날 논쟁부터 벌이는 입씨름 전문가부터 배제해야 절충이 가능하다. 매우 어려운 과제이면서 꼭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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