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로 이관, 방화벽 서둘러 보강해야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한동안 예금자들을 긴장시켰던 새마을금고의 뱅크런(대규모 자금이탈)이 진정되는가 싶었는데 새마을금고 중앙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새마을금고의 사모펀드 출자 과정에서 억대의 뒷돈을 받고 특정업체를 밀어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으로 박차훈 중앙회 회장과 수뇌부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2회 모두 기각됐으나 보완 수사를 거쳐 전모를 밝혀내겠다는 수사 의지가 예사롭지 않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과도하게 이뤄져 일부 금고에 집중됐던 뱅크런 현상은 정부와 중앙회가 나서 예금자 보호를 확인하면서 잦아드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박 회장 등에 쏠리면서 사법 리스크가 커져 중앙회 역할과 함께 금고의 관리·감독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1960년대 금융서비스가 한참 부족하던 시절 지역별로 자생한 상호금융 형식의 조합 등에 유래를 두고 있다. 따라서 지역 새마을금고는 각각 별도 법인으로 설립돼 독자적인 인사 운용과 영업기반을 두고 있으며 중앙회 역시 지역 금고의 연합체로 만들어졌다. 중앙회 회장을 지역 금고 이사장들이 선출하는 방식이어서 본점과 지점의 수직 체계로 구성된 은행들과는 조직이 전혀 다르다. 중앙회가 일선 금고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상명하복을 주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지역 이사장들은 무제한 연임이 가능하다 보니 지역 임원이나 직원들이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와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중앙회가 직접 나서 금고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지도하기에는 역부족인 처지인데다 현재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행정안전부는 아무래도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 비해 축적된 역량과 전문성이 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초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은 과거 금융정책을 총괄하던 재무부에 있었다. 1983년 새마을금고법 입법 당시 내무부(행정안전부 전신)와 재무부가 주무부처 지정을 놓고 줄다리기하다가 내무부로 일원화됐다.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인 경환씨가 새마을운동 중앙본부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여서 영향력을 발휘한 결과로 보인다. 행정자치부 시절 금감위의 감독권 강화를 위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무산된 적도 있다.
 
현재 국회에 금융위가 새마을금고의 신용·공제 사업을 직접 감독하고 금감원이 검사하도록 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자산 300조 규모의 새마을금고를 10명 남짓한 행안부 인력으로 관리·감독하는 체제를 시급히 개선해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의 지적이다. 다만 경제사업과 금고 신규 설립 인·허가 권한은 현행대로 행안부와 새마을금고 중앙회에 두자고 제안했다. 농협과 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기관들은 금융당국이 감독하고 있으나 새마을금고의 신용·공제 사업은 행안부의 요청이 있지 않은 이상 금융위와 금감원이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
 
더 미루면 화 키울 우려 높아

 
얼마 전 뱅크런을 겪은 데 이어 중앙회 리더십이 흔들리는 최근 여건은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강화가 시급하다는 절박한 현실을 말해 준다. 자금시장의 흐름과 이상 조짐을 가장 민감하게 파악하는 깐깐한 감독 금융당국이 나서 새마을금고의 대출 적격 여부 등 건전성을 점검해야 예금자들도 안심하고 자금을 맡길 수 있다. 여야 모두 국민 불안을 감안, 관리·감독 이관에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다만 새마을금고 업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대 분위기가 우세해 보인다. 비교적 익숙한 조직인 행안부 대신 금융당국의 감독을 직접 받게 되면 업무 지침과 검사 기준이 까다롭고 복잡하게 얽힐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 중앙회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자문기구로 경영혁신위원회를 설치, 김성렬 전 행안부 차관에게 위원장을 맡긴 것도 이런 분위기가 작용한 행보로 보인다. 지역 금고의 자금력과 인맥을 이용해 지역 유지로 기반을 굳힌 개별 금고 이사장들의 반발도 무시하기 어렵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이사장들의 움직임이 가시화하면 지역구 동향에 그 영향이 직접 미치게 되므로 여야 의원들도 촉각을 세우게 마련이다.
 
금융위는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 권한을 넘겨받는 것에 대해 별로 내키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금융위의 영역이 확대된다는 막연한 기대보다 골치 아픈 과제를 떠안는다는 부담감이 크다. 금융계에서는 무턱대고 관리·감독에 나섰다가 뇌관을 잘못 건드리는 게 아니냐 경계심이 앞선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위원장이나 금감원장이 새마을금고 일로 국회에 자주 불려 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새마을금고와 금융당국 모두에게 떨떠름한 과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은 안심하고 돈을 맡기고 건전성 강화를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길이라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긴 안목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 눈치 보며 득실 따지다가 더 큰 화를 부를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예금자들이 추이를 꼭 주시할 과제이기도 하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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