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용수철을 수직으로 세워놓고 중간쯤에서 출발 버튼을 눌렀다. 그로부터 5년 뒤 출발 물체는 어디쯤 있을까.

우리의 언론 상황을 여기에 대입해 본다. 그 물체는 아래쪽으로 서너 바퀴 돌아내려 와 있다. 개선이나 발전 없는 후퇴다.
 
방송을 비롯한 대한민국 언론 상황이 투명화하거나 개선 발전되기보다는 의혹 개악 후퇴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거의 판박이처럼 재현되는 ‘방송 장악’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5년 전으로 왔다 갔다 함을 느낀다.
 
이른바 공영방송으로 일컫는 KBS와 MBC 경영 책임자 교체를 놓고 빚어지는 상황은 시계 바늘만 5년 전으로 돌려놓으면 ‘대상자’만 다를 뿐 등장하는 용어나 수법이 거의 동일하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해임 진행 과정을 보자. 권 이사장이 재임중 부당노동행위를 방치하고, MBC 사장 후보자 검증이 부실했으며, MBC 및 계열사의 경영부실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KBS 남영진 이사장의 해임 사유. KBS 경영진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으며, 법인카드를 규정을 어기고 과다하게 사용했고, 업무추진비를 부당 사용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연주 위원장 해촉 사유. 제대로 출퇴근을 하지 않는 등 근무 태도가 불량했으며, 법인카드를 부당 사용했다는 것이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언론장악 시도
 
5년 전, 10년 전의 상황과 닮아도 너무 닮지 않았는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을 동원한 언론 장악 시도 의혹, 문재인 정권 초기 적폐 청산을 내세운 엄혹한 수사 등이 주체와 대상만 다를 뿐 거의 동일하다.
 
그럴 때마다 등장하는 용어도 동일하다. ‘정권 홍위병’ ‘정권 부역’ ‘관제 언론(인)’ ‘기울어진 언론 지형 바로잡기’ 등등.
 
사회의 공기(公器), 입법 사법 행정에 이은 ‘제4부(府)’로 일컬어지는 언론을 놓고 반복되는 악순환의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개선될 방도는 없는 걸까.
 
가장 큰 원인은 정권, 정치권에 있다고 본다. 정권의 ‘언론 장악’ 유혹이다.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KBS MBC와 같은 공영 방송이나 YTN 등에 우호적인 인사를 심어 놓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이다. 이같은 시도는 어느 정권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정부 영향력이 없는 언론에 대한 영향력 행사도 등장한다. 예컨대 인허가와 관련된 종편 방송사에 대한 정기 심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언론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까. 아니다.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언론인도 많다. 또 정권에 의해 임명된 뒤 정도(正道)를 밟지 않고 이른바 보은 차원의 언론인으로 변신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했다.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언론인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의 하나 일텐데, 언론사에 근무하다 곧바로 정부에 들어가는 사례도 이젠 흔하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엔 언론인이 직접 정부에 들어가는 일도 흔치 않았지만, 설령 들어가는 경우 후배들의 눈총이 무서워 변변한 송별회조차 갖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경험을 잊지 못한다.
 
중립적이고 전문가라는 일부 교수들도 문제다. 그들의 식견과 전문성 중립성을 고려해 언론 관계 기관에 들어간 그들이 본연의 임무 수행보다 정권에 충성하는 폴리페서(Polipessor)들의 ‘어용’ ‘부역’ 행위도 사라져야 할 행태다.
 
그러한 행태 때문에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드는 것이다. 언론 종사자들의 반성이 없는 한 대책이 없다.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와 같은 수준 높은 공영 언론을 갖기에 우리 수준에선 요원한 일일까. 국민 모두가 선진국 수준에 오른 대한민국에 걸맞은 상황을 조성해 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