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윤석열 대통령은 현금 살포식 포퓰리즘 재정 정책을 ‘재정 중독’이라고 규정했다. 빚을 내서라도 당장의 인기에 영합해 현금성 재정 지출을 늘리려 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이는 ‘미래 세대 약탈’이라고 규정했다.
 
‘매표 복지’ 정책으로 나라 살림을 거덜 내서는 안된다는 경고다.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권력이라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의 장래를 위해 건전 재정, 좀 더 쉬운 말로‘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한 말이다. 필자는 윤 대통령이 임기 중 이 한 가지만 제대로 이행하고, 제도화한다 해도 후세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재정 포퓰리즘은 미래 세대 약탈
 
우리는 그리스에서, 남미 여러 국가에서 좌파 정치인들이 집권하며 펼친 포퓰리즘 재정 정책으로 나라 살림이 거덜나고 국민 생활이 피폐해진 예를 너무 많이 보아 왔다.
 
나라 살림이나 개인 살림이나 다를 바 없다. 소득에 비해 지출이 지나치게 많으면 부도(不渡)다. 정치인들이 집권하기 위해 당장 눈앞의 사탕 주는 식으로 돈 풀어 나라 살림 하다 보면 곧 국가 부도(디폴트)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난 문재인 정부 때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이제 와서 탓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지금부터가 문제다.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세수(稅收) 부족을 메꾸기 위해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려다 쓴 돈이 100조 원을 넘었다.

당장 급하니 급전(急錢)을 썼다. 정부의 한은 대출은 개인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세입 세출 간 시차로 생기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울 때 사용하는 임시 수단이다.
 
경기 부진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세수가 작년보다 40조 원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부담한 이자만 1141억원에 달했다.
 
세수 부족을 메꾸기 위해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 시장 금리를 끌어 올려 가계부채 부담을 크게 높이고,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피하기 위해 한은 대출을 선택한 결과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여야(與野) 할 것 없이 포퓰리즘 식 돈 풀기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대학생 무이자 대출, 아동수당 확대 등 끊임없이 돈 풀기 공약을 내놓는다.
 
매표(買票) 복지 남발은 망국(亡國)의 길
 
좀 덜하긴 하지만 여당도 비슷하다. 말로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병사월급 인상을 비롯, 아동 부모 급여 인상, 각종 SOC 예산 확대 등 내년 예산안을 보면 대규모 적자예산이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사항을 철저히 지키는 길만이 후대에 빚더미 국가를 물려주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선거에 지더라도 매표 복지 예산으로 방만 재정 운용 하지 않겠다’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겠다’ ‘결코 미래 세대 약탈자가 되지 않겠다’는 약속만 지키면 된다.
 
그러려면 어찌하면 될 것인가.

우선 예산에 군살을 빼고, 뼈를 깎는 예산 다이어트을 해야한다. 그리고 엄격한 재정준칙을 만들어 국가 부채 증가에 브레이크 장치를 견고히 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각종 교부금 보조금의 과잉 낭비 요인을 철저히 파악하여 과감히 축소하는 이른바 ‘재정 다이어트’에 나서야 한다.
 
MZ 세대가 적극 나설 때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근 3년째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재정준칙을 하루 속히 확정해서 재정의 방만 운용을 막고,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제동을 거는 일이다.
 
정부 여당은 연간 재정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국회에서 뭉그적거리고 있다. 특히 거대 야당의 반대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재정준칙은 전세계 105개국에서 운영중이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선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만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는 것이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정준칙 도입 국가들의 재정 건전성이 획기적으로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 재정준칙이 시행된 2011년 79.4%였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5년 뒤엔 69.0%로 10.4%포인트 낮아졌다.
 
덴마크는 2014년 재정준칙 도입시 44.3%였던 부채비율이 5년뒤 33.6%로 개선됐다. 스위스 네덜란드 등도 이 제도 시행 후 부채비율이 12~16% 가량 낮아졌다.
 
법으로 방만 재정을 억제함으로써 정치인들의 선심성 재정 정책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재정 다이어트로 건전성을 향상시키고, 근본 처방으로는 재정준칙이라는 확고한 ‘포퓰리즘 브레이크’를 도입해야 한다.
 
정치권, 특히 거대 야당이 도입에 소극적인 재정준칙을 어떻게 입법화할 것인가. 답은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내놓았다.
 
재정 건전화 국민 대토론회를 갖자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억제하고 재정준칙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론의 기적’이 필요하다는 부총리의 발언은 문제의 핵심을 찌른다.
 
일반 국민들이 호응하고 적극성을 보여야 재정 건전성 확보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표퓰리즘 폐해를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각성토록 해야한다.
 
각 분야와 세대를 망라한 국민 대토론회와 같은 공론(公論)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미래 세대인 20대 30대들의 견제를 이끌어 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사활을 걸고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 거대 야당의 벽을 넘기 위해선 ‘여론의 기적’이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래 세대에 직접 영향을 줄 국가 재정 문제에 20,30대 세대가 각성할 필요가 있다.
 
이들 미래 세대 대표들을 좌파 포퓰리즘으로 어려움을 겪은 국가에 파견해서 생생한 정보를 접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보다 젊은, 미래 세대, MZ 세대의 현장 견학이 더 절실하다. 결국 답은 MZ의 각성에 달려있다. 여기에 기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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