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비해 동호인 정체로 한계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지난 2019년 출범한 3쿠션 프로당구(PBA)가 국내외 정상급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쳐 팬들의 호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초기에는 선수들의 참여가 제한적이어서 동호인 관심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투어를 거듭하면서 출전 선수와 구단이 확산하는 외형을 보였다. 강동궁에 이어 조재호, 최성원 등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이 속속 참여해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해외에서도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과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를 필두로 최근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세미 사이그너(튀르기예)가 합류, 세계 정상급 선수가 참여하는 프로 스포츠로 위상을 높였다.
 
지난 4년 통산 쿠드롱이 8회 우승, 총상금 10억2850만원으로 단연 선두에 나서 붐을 선도했다. 최근 그의 거취가 불분명해졌으나 당구를 프로 스포츠 대열에 합류시킨 일등 공신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자부 LPBA 투어에서는 캄보디아 출신 스롱 피아비가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지난 7월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 당구 전용 체육관이 문을 열어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팀리그에 참여하는 구단은 그간 9개로 늘어 선수들이 당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도 차츰 나아지는 추세다.
 
PBA가 코로나19의 충격을 딛고 몇 년 사이에 빠르게 기틀을 잡게 된 배경에는 동호인들의 뜨거운 관심이 우선 꼽힌다. 당구업계가 추산하는 1200만 팬과 전국 2만여 개에 이르는 당구장이 밑바탕을 이뤘다. 2017년 당구장에 금연이 전면 시행되면서 주변 환경도 크게 나아졌다. 빌리어즈 TV를 비롯, 스포츠 채널들이 PBA 투어 중계에 경쟁적으로 나서 붐을 조성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프로당구 출범을 가능케 해준 저변 여건들은 PBA 흥행에도 불구하고 별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내 당구 인구의 대부분은 5060 이상 세대가 차지한다. 청소년기 어른들 눈치를 보며 어깨너머로 당구를 배웠던 이들은 학교 다닐 때는 용돈과 여가 부족으로, 직장 다닐 때는 시간이 없어 당구장을 자주 찾기 어려웠다. 이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즐겨 찾게 된 곳이 바로 당구장이다. 용돈도 좀 있고 시간은 충분해졌다. 대학가는 몰라도 일반 상가나 동네 당구장에 들려보면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스마트폰과 PC게임에 익숙한 젊은 층의 당구 유입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PBA 출범 이후 위축된 대한당구연맹(KBF) 위상도 젊은 층 유입감소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생활체육과 학생선수 육성 등 아마추어 스포츠 발전을 지향하는 KBF가 정상급 선수들을 PBA에 내주고 입지가 좁아져 저변 확대에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프로와 아마 스포츠가 협조하는 다른 종목들의 사례를 참조해 PBA와 KBF도 공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KBF가 우수 선수발굴과 생활체육 대회 확대에 나설 만한 역량을 키워 주어야 한다.
 
젊은 층, 왜색용어에 반감
 
왜색용어 추방을 비롯한 경기용어 순화는 그동안 나름대로 진척을 보았다지만 여전히 남은 무거운 과제다. PBA는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당구용어 바로쓰기’ 캠페인을 벌여 왜색용어 등 잘못된 쓰임과 바른 쓰임을 구분하도록 촉구했고 일정 부분 성과도 냈다. PBA는 지난해 12월부터 ‘우리말 당구용어 공모전’을 벌여 최근 입상작을 발표했다. 공이 쿠션을 맞고 역회전으로 올라오는 ‘리버스엔드’를 우리말로 순화한 ‘끝오름’은 절로 찬탄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으뜸상을 받았다. 이 밖에도 ‘충돌’(키스) ‘팽이치기’(스핀볼) 등 경기용어가 채택됐다.
 
돋보이는 우리말 용어들은 당구 방송과 기사 문장 등에서 바로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구장에서는 여전히 왜색용어가 판을 치는 게 현실이다. 노년층 동호인들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다마’나 ‘다이’ ‘가라쿠’ ‘우라’ 등 왜색용어와 비속어를 쓴다. 어릴 적 어깨너머로 당구를 배우면서 은어처럼 알고 쓰기 시작한 걸 아직 입에 달고 있다. 일부 공사판이나 공장에서 조악한 용어가 쉽사리 추방되지 않는 것처럼 오래 물든 당구 비속어와 왜색용어를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
 
스포츠 산업화가 선순환을 이뤄 PBA 성공이 당구 인구 저변 확대, 당구장과 용품 업계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당구가 동호인과 국민의 사랑을 받을 만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왜색용어와 비속어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종목이 과연 국민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프로당구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 신규 유입이 부진한 배경에는 이런 반감이 적지 않게 깔려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잘못 쓰이는 용어가 세대 간 이질감을 키워 반감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