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수 통신원
▲ 황영수 통신원
고개를 드나싶던 세계 경제의 핵심시장들에 연이어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G2중 하나인 중국과 유럽경제권 그리고 일본까지 버거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위기가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점점 더 고착화되고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요산유국들의 감산이 이어이지면서 원유수급이 글로벌 경제에 또 나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올해 말까지 감산연장에 합의하면서 향후 3~4개월간은 상당한 원유공급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석유 재고량 역시 지난 8월 기준으로 13개월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지며 에너지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석유부족은 팬데믹을 지나오며 가뜩이나 떨어진 허약한 경제체질을 만성화시키는 근본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택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도 미 연준이 유발한 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모기지 수요가 27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필연적으로 주택가격의 상승을 불러오고 아울러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것이므로 주거 비용의 재상승은 미 연준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물가를 몰고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 연준이 내놓을 수 있는 처방은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 달 24일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상승률 2% 목표치를 재차 확인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금리인상 조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또다시 금리를 올리는 조치를 취한다면 빈대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9월 18일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3.7%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미 연준의 목표치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지만 국제유가 상승, 불안한 주택시장 등 불안요소가 산재한 경제상황에서 당장은 금리를 올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급부족으로 인한 유가의 상승은 산업계 전반에 물가상승을 부추기면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 카드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자칫하다가는 팬데믹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는가싶던 경기가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계산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국내 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폭탄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있다. 지난 2021년 말 당시 중국 부동산회사 3위에 해당하는 헝다그룹의 디폴트 선언을 시작으로 현재는 비구이위안 그룹이 작년 말 기준으로 약 1조 4,000억 위안(한화 약 255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부채규모로만 보면 헝다그룹의 약 3,300억 달러(한화 약 440조원) 부채구모보다 적어보이지만 부동산 기업 순위 1위의 비구이위안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헝다의 4배 이상이어서 디폴트로 이어진다면 경제를 궤멸적 위기까지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 8월에는 이러한 위험을 감지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역대 최대규모 탈출러시가 일어나면서 위안화는 미 달러화 대비 16년만에 최저치로 주저앉기까지 했다.
 
이러한 난맥상은 한마디로 팬데믹 기간에 경제를 살리기 위해 풀린 천문학적인 돈으로 상승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것이 단초를 제공했고,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각 경제권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함께 뒤섞이면서 한층 더 사태를 꼬이게 만든 것이다.

각 국의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계속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갇혀있고 경제는 묘책을 찾지 못하고 계속 시들고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경제와 인플레이션 컨트롤 이 두 가지 모두 다 포기하지 않고 안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식량과 석유와 같은 원자재들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목표로 하는 2% 수준까지 물가가 내려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캐피탈라이트 리서치(Capitalight Research)의 샹텔 쉬벤(Chantelle Schieven) 수석 연구원은 “향후 1~2년내에 대규모의 경기침체가 닥칠 것으로 보진 않지만, 세계 경제는 날로 약화되고 있으며, 조만간 유럽중앙은행(ECB)이나 미 연준(FED)이 무너져가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금리인상을 멈추고 부양책을 펼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금리인상을 계속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인지 양자택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국의 올해 예상 재정적자 규모가 2조 달러(한화 약 2,651조원) 이상을 예상하는 가운데 미 연준이 언제까지 고금리의 강경기조로 일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내년 11월에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상황을 반드시 챙길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때마침 미국의 지난 8월 일자리 증가도 187,000개로 3개월 연속 20만명으로 유지되면서 노동시장이 진정되는 기미가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의 주요원인으로 꼽히던 노동자들의 임금증가세도 꺾여 미 연준도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인하할 명분을 갖게 된다.

명분을 찾았을 때 출구를 찾아나갈 것인지 타협없이 직진을 할 것인지 미 연준을 비롯한 각 국의 통화당국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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