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정권 임기 거의 내내 통계청 등 정부 부처는 물론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 등 공기업을 압박, 집값·소득·고용 등 '3대 통계'를 유리하게 조작했다고 감사원이 폭로했다. 감사원은 작년 말 통계 조작 감사를 본격화한 지 근 10개월 만에 이같은 중간 감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은 이 결과에 따라 장하성과 김수현, 김상조, 이호승 등 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전원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2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문 정부의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발표했다. 문 정부는 또 2017년 2분기 가계소득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0.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덮기 위해 추산 방식을 바꾸도록 통계청을 압박, 가계소득이 1% 증가한 것처럼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이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통계 조작이 본인의 지시였는지 아니면 ‘윗선’이 따로 있었는지를 밝히기를 거부, 조사가 더 진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통계 조작을 알고 있었는지, 조작을 지시·방조하거나 묵인했는지 여부는 검찰의 강제 수사로 밝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계 조작은 국민을 속이는 사기 범죄이며,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국정 문란 행위다. 정책 설계의 기초이자 정책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 역할을 하는 통계의 조작은 대외 신인도는 물론 민간기업 투자와 학계의 연구·분석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객관적인 사실과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제대로 된 대처가 나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과거 소련 등 공산국가나 독재정권, 후진국에서 통계를 왜곡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그리스와 아르헨티나에서도 통계를 조작했다가 들통이 나는 바람에 경제가 완전히 거덜난 적이 있다. 그런데 선진국이 됐다고 자부하는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니 후진국으로 퇴보하는 느낌이다. 이번 감사원 발표가 사실이라면 국가 신뢰와 기강을 크게 훼손한 무척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 정부 5년간 서울 집값이 KB부동산 통계로는 62.2%나 폭등했지만 부동산원 통계로는 고작 19.5% 오르는데 그치는 등 두 기관 간 통계 격차가 너무 커 거의 모든 국민들이 부동산원의 통계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8년 8월에 통계청장이 전격 교체될 때 그동안 통계 조작에 비협조적이던 황수경 청장이 잘려나가고 문 정부 입맛대로 통계를 마사지해줄 인물이 임명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감사원 발표가 나오자 성명을 통해 “관료들이 불투명한 통계 체제를 악용, 얼마든지 통계를 조작할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문 정부 출신 관료 등으로 구성된 정책포럼 ‘사의재’는 “통계 조작은 가능하지도 않고, 할 이유도 없다”며 이는 현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지닌 감사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이들과 민주당은 “통계 조사·작성에는 수많은 공무원이 참여한다. 모든 이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통계 조작이 성립된다”면서 ‘이는 윤석열 정부의 실상을 가리려는 정국 돌파용 정치 쇼”라고 일축했다. 특히 감사원이 감사위원회를 통과하지도 않은 중간발표를 통해 이를 밝힌 것은 정치적 의미가 상당히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신뢰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지난 13년간 4대강 사업을 무려 5차례나 감사했으면서도 감사를 할 때마다 매번 정권의 입맛에 맞는 코드 맞춤식 정치적 결론을 내놓았다면서 이번 발표도 믿을 수 없다는 비판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통계 조작은 부동산원 직원들이 조작 요구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부동산원 노조가 경찰에 제보해 알려지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제보를 받은 경찰은 경찰청을 통해 이를 청와대에까지 보고했지만, 묵살됐다고 한다.
 
이젠 공이 검찰로 넘어갔다.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객관적이고 성역 없는 불편부당한 수사와 재판만이 ‘정치적 의도를 지닌 감사’라는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 이번 발표가 사실이라면 마땅히 엄중한 사법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이와함께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통계 조작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통계관리 시스템도 강화돼야 하겠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