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삼키는 이재명 블랙홀’...막장정치에 民生은 뒷전

▲ 류석호 교수
▲ 류석호 교수
오늘은 제4355주년 개천절(開天節)이다. 개천절(10월 3일)은 국조(國祖) 단군왕검(檀君王儉)께서 한민족 최초의 국가 고조선(古朝鮮)을 건국했음을 기리고 축하하는 날이다.

개천절의 의미는 ‘홍익인간(弘益人間,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함)과 재세이화(在世理化, 이치로써 다스리는 세계)의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더욱 새롭게, 세상을 더욱 이롭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의 값진 유산인 빛나는 연대와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통합과 함께 국제사회와의 협력, 경제의 재도약을 끌어내야겠다는 다짐을 해야 하는 이유다.

오늘만큼은 모든 정치세력들이 단군의 정신을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 숙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에도 국민이 하나 되어야 할 개천절,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은 물론 사회의 심각한 분열과 갈등은 연면한 역사의 가르침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번 찬찬히 생각해보자.

지금처럼 대한민국의 정치가 망가질대로 망가진 적이 있었던가.

여야를 막론하고 상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네 식구들끼리 눈을 부라리고 치고받는 이전투구(泥田鬪狗)가 극심했던 적이 있었던가.

천박한 막장정치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 가슴 답답해하며 실망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2년간 가히 온 나라가 ’이재명 관련 이슈‘로 점철된 나날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성 싶을 정도로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백현동 개발 비리,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혐의 등 10여가지 불법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2021년 9월, 대선 6개월 전 터진 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시작된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어느덧 2년 넘게 ’온고잉(ongoing)’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3월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후 곧장 주소지를 경기도에서 인천으로 옮겨 보궐선거에서 보란 듯이 국회의원이 된다. 그리고는 일거에 거대야당의 당대표 자리를 꿰찬다. 마치 사전에 대선 패배 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 주도면밀하게 플랜(plan)을 준비한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 후 이 대표가 쉴 새없이 탄핵, 해임, 국정조사, 특검을 요구하고 온갖 법안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인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거야(巨野)의 완력(腕力)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유감없이 휘두른 셈이다.

자신에 대한 불체포특권을 위해 수차례 ‘방탄국회’를 연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달 벌어진 ‘비명계의 반란(?)‘으로 인한 국회본회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과 추석 직전 있은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미증유의 엄청난 사태였다.

민주당과 정치권을 넘어 온 나라가 소란스럽고 깜짝 놀랄 정도의 이변(異變)과 충격(衝擊) 그 자체였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뇌물, 위증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에 대한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295명 출석에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가 나와 가결됐다. 극렬 지지층의 ‘살생부’와 실력행사를 통한 압박, 이 대표 단식 장기화에 따른 동정론과 표결 전날 본인의 부결 호소까지 더해져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지만 당내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탈표가 많이 나온 셈이다.

이 대표의 개인범죄 의혹이 당을 방탄으로 몰아넣은 데 대한 비명계의 반발이 적지 않은 상태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인 지난 20일 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부결지령’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는 정치권의 분석도 있다. 희대의 촌극(寸劇)은 비밀 투표 임에도 부결 인증샷을 공개적으로 올리는 의원도 있었다는 것.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정부에 전면 국정쇄신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며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을 결의했다. ‘순직 해병대원 특검’과 ‘비리검사 탄핵’을 추진하고 야당 탄압에 맞선 ‘국민 항쟁’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민주당 비상의총은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설득하기 위한 일종의 출구전략 마련을 위해 열린 것이지만 그 결론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총력 투쟁’ 선언으로 나왔다. 하지만 단식 투쟁 자체도 그렇듯 그런 극단의 정치 투쟁은 내부 결속을 내세워 이 대표 검찰 구속을 피하려는 ‘방탄 정치’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여당도 이런 극단의 정치판을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전사가 돼 싸워야 한다”고 독려하는가 하면 여당은 시종 야당 대표의 단식을 조롱하고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여소야대 국회라는 현실 속에서 미우나 고우나 국정의 동반자로 함께할 수밖에 없는 야당에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기보다 이념몰이식 정책과 밀어붙이기식 인사, 받아치기식 정쟁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실종시켜 놓고 야당 탓만 할 수는 없다.

지금은 어느 쪽 잘못이 먼저인지, 어느 쪽 책임이 큰지 따질 때가 아니다. 정치 실종, 막장 대결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다 경기침체의 공포로 시달리는 형편인데, 이미 국회 대정부 질문은 막말과 고성, 삿대질로 얼룩진 난장판이 됐다. 이번 정기국회는 사실상 21대 마지막 국회나 다름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국회가 끝나자마자 선거전에 뛰어갈 것이다. 시급한 민생 현안은 내팽개치고 한 표 달라고 손부터 벌리는 뻔뻔한 정치를 국민이 용서할 리 없다.

한편 민주당내 친이명계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비이명계 박광온 원내대표를 쫒아내듯 사퇴시켰다. 그리고 그 자리에 곧바로 친이명계를 앉혔다. 친명 최고위원회는 더 나아가 부결표를 던진 비명계를 '해당 행위자'로 규정하며 당내 배신자 색출 작업, 징계 추진, 총선 공천 박탈 등 본격적으로 비명계 축출에 나선 모양새다. 상대 당인 국민의힘 의원과는 함께 할 수 있어도 당내 배신자와는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다. 내홍(內訌)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쨌든 불과 며칠 뒤 이 대표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실낱같은 반전(反轉)의 기회를 잡고 기사회생(起死回生)한다. 벼랑끝에서 오뚝이처럼 일어서다니 이 대표 개인 입장에선 대단한 행운이라 할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정당한 수사절차'라는 응답이 '부당한 정치탄압'이라는 응답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많은 것으로 나타났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9~21일 전국 성인 1천1명에게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물은 결과 46%가 '정당한 수사 절차', 37%는 '부당한 정치 탄압'이라고 답했다. 17%는 의견을 유보했다.

구속영장은 사실 유무죄(有無罪)와는 상관없는 문제다. 형법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는 영장 기각이 여야 정쟁(政爭)을 더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7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곧바로 정부와 여당을 향해 총반격에 나섰다. 이 대표 표적 수사와 무리한 구속 시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이번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즉각 파면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또 윤 대통령에게 총리 해임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등 정부 여당을 향해 날을 세워 국정 운영과 정국의 향방이 또다시 ‘이 대표 관련 이슈 블랙홀’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게 됐다.

국민의힘은 “기각이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결정한 것처럼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법원의 판결을 비난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 영장 기각 뒤 낸 논평에서 “추상같이 엄중해야 할 법원 판단이 고작 한 정치인을 맹종하는 극렬 지지층에 의해 휘둘렸다”며 “그런 점에서 오늘 결정은 두고두고 법원의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제 대한민국의 어떤 범죄혐의자들이 사법 방해 행위를 자행한다 한들 구속수사를 통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제 이 대표와 민주당이 마치 자신들이 면죄부라도 받은 양 행세하며,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여야가 이처럼 충돌하면서 가뜩이나 삐걱거렸던 정기국회에 한층 더 암운이 드리워지게 됐다. 당장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6일)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각종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 간 대결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기국회(9.1~12.9) 여야 충돌 주요 현안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비롯해 노란봉투법·방송법 등 야당 주도 법안 처리, 국방부·여가부 등 장관후보자 인사 청문 및 임명동의, 국정감사(10.10~10.27.) 증인 채택 및 윤석열 정부 정책 감사 등이다.

야당은 앞으로 ‘정권 심판론’, 여당은 ‘거대 야당 심판론’을 내놓으면서 내년 4월 10일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 이재명’의 국면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대표가 추가 기소되고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등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불거진다면 민주당이 또다시 내분에 휩싸일 수도 있다.

당장 오는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집권여당과 야당인 민주당 간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대회전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가 ‘윤석열 대 이재명 대리전’으로 확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양당은 승리를 위해 의원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사활을 건 총력전에서 지는 쪽은 메가톤급 충격에 빠질 것이라는 것이 정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명실상부 윤석열 정권의 첫 시험대이자 내년 4월 총선의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사실상 선거판 정국(政局)에 들어가면서 ‘너 죽고 나 살자’식 여야 충돌 양상이 더욱 격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가뜩이나 뒷전으로 밀린 민생(民生)과 국리민복(國利民福)은 극단적 막장 저질정치에 더욱 설 자리를 잃지 않을까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의원과 국회 제1당 대표라는 특권 뒤에 숨어 오로지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를 피하려는 몸부림으로 일관하면서 당은 분열되고 신뢰는 무너졌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청구가 임박하자 뜬금없이 단식을 시작했고 영장이 청구된 날 병원에 실려가는 ‘계산된 쇼’(?)까지 벌였다. 그럼에도 국회에서의 체포동의안 가결 결정으로 민주당은 방탄정당의 오명을 덜어내며 정체성을 지킬 수 있게 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같은 날 총리 해임건의안까지 통과시킨 그 자체는 여전히 공당(公黨)의 역할을 저버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 집권여당의 행보와 평가는 어떤가.

KBS 의뢰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외교안보 정책, 이념 중시 등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이 높으며 내년 총선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을 찍겠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나, 정부여당에 초비상이 걸린 양상이다.

지난 28일 KBS 뉴스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5~27일 전국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물은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4.6%, '잘못한다'는 응답이 58.7%였다. 잘하고 있다는 답은 넉달 전 취임 1주년 여론조사(5월 6~8일)보다 4.5%p 급감, 올해 KBS 실시 여론조사 중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원식·유인촌·김행 후보자를 각각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한 윤석열 정부 2차 개각에 대해서도 응답자 절반 이상(57.1%)이 '잘못된 인선'이라고 답했고, '잘된 인선'이라는 평가는 28.5%에 그쳤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여부에 대해서도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44.1%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응답(32.4%)보다 많았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6%, 국민의힘 33%, 정의당 3.4%였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선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가 52.0%로 과반이었고,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39.1%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구속 리스크에서 벗어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 대해 앞뒤도 맞지 않으며 진정성도 없는, 격에 맞지 않는 뜬금없는 처사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산적한 민생 현안을 외면한 채 당 대표 한 사람의 방탄을 위해 국회를 마비시키고 장관 탄핵, 총리 해임건의 등으로 국정을 혼란스럽게 한 중대한 과오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지표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 수출이 1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4% 감소한 546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는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14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한 이후 가장 긴 연속 수출 감소다.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네번째로 크다.

우리나라의 기업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9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조세재정브리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기업부채(금융업종 제외)는 2021년 기준 113.7%를 기록하면서 외환위기 당시의 108.6%를 넘어섰다.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의 57% 정도만 공적연금을 수령하며, 노인 3명 중 1명 이상은 일을 해야 하는 고령 노동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7월 출생아 수가 최초로 7월 기준으로 2만명 아래로 떨어져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올 들어 자연인구도 6만여명 감소해 '망국 현상'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27일 통계청의 '7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7월 출생아 수는 1만9천102명으로 1년 전보다 1천373명(6.7%) 감소했다. 7월 기준으로 2만명을 밑돈 것은 월간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처음이다.

출생아수는 4월(1만8 천484명), 5월(1만8천988명), 6월(1만8천615명), 7월(1만9천102명)으로 넉달 연속 2만명을 밑돌고 있다.

무릇 국가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일이 정치다. 가장 정치가 활발히 살아있어야 할 곳이 바로 여의도, 대의민주주의 공간이 아니던가.

여야 갈등의 골이 회복 불능 상태로 여야 협치와 상생은 옛날에 있었던 추억이 됐고, 지금 제대로 된 정치를 하려고 하면 각 진영에서 변절자 내지는 따돌림을 당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정치가 이렇게 천박해지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는 작금의 정치는 정치가 아니고 '이전투구(泥田鬪狗)'가 아니고 무엇이랴.

하루빨리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국민의힘이 우선 팔을 걷어붙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집권당이 특단의 의지를 갖고 정치를 살려야지, (정권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야당보고 살리라고 할 수는 없다.

국회가 코로나 팬데믹 극복 이후 우리 사회·경제 전반을 시급히 손보고, 또 입법적인 뒷받침을 통해서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민생이 살아 숨 쉬는 그런 정치의 참모습을 빨리 보여줘야 한다.

국회 내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원활한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만큼 집권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해야겠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지난해 이재명 대표를 (당 대표로) 선택한 것이 불행한 일이었다는 생각이다. 사법 리스크가 있는 대표를 선출해 1년 이상 국회라는 대의민주주의 공간이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만 난무했다. 그 사법 리스크는 결국 수사·재판 방해로 이어졌고, 국민 지탄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 많은 정치분석가들의 지적이다.

이 대표가 여러 차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국민께 천명하고,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아무튼 역사적인 개천절을 맞아 실종된 정치가 제자리를 찾고, 국민이 정치인을 경원시하지 않는 그런 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벅찬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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