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안현준 기자 | 저출산과 고령화로 향후 0%대 성장을 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목표를 2%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2일(현지시각)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진행한 한국 동행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어떻게 하면 0%대 저성장에서 벗어날지 다 알고 있지만, 사안마다 이해당사자가 달라 못하고 있다”며 “구조개혁을 하면 2%로 올라가는 데 그 선택은 국민과 정치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으로 낮아진 출산율과 여성 일자리와 해외 일자리 등을 어떻게 대응할 건지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2%로 올라갈지, 더 내려갈지 결정될 것”이라며 “당장 3~4% 잠재성장률 달성은 어렵겠지만, 미국 같은 큰 나라도 2% 성장하는데 일본처럼 0%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건 너무 소극적인 견해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조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경쟁 촉진, 여성 노동력과 해외 노동자 등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이·팔 사태로 미국이 금리 인상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미국이 정책금리를 안 올렸음에도 장기금리가 확 오르면서 충분히 긴축효과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일부의 얘기도 있고, 다른 쪽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미국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있다”며 “실제 올릴지 안 올릴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환율이나 시장가격 변화를 보면 미국이 한번 더 금리 올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환율이 변동할 때 우리 물가가 어떻게 변동할지가 더 중요하다”며 “재정을 무조건 긴축하자는 입장은 아니지만,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풀면 그것 또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경제 성장의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이지 재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저효과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3%대로 올라갈 거로 생각은 했지만, 9월 물가상승률 3.7%는 우리 예상보다 높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금융정책의 엇박자로 인해 가계부채가 늘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가계부채가 엄청나게 늘거나 서울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가든 하면 그때 혼나야 하는데 갑자기 금융당국과 한은 간 의견이 다르다고 얘기하니 답답하다”며 “큰 틀의 변화를 보자”고 말했다.
 
그는 “한은 총재이기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에 더 관심을 두지만 임기 동안 가계부채를 확 정상화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며 “소프트랜딩 상태에서 레귤레이션해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를 줄여가는 과정에서도 어려운 서민은 파이낸싱(자금 융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라면서 “(비유컨대) 샤워실에서 열탕 또는 냉탕이 싫어 조금씩 온도를 조정하고 있는데 밖에 있는 사람이 ‘뜨거워졌다’ 또는 ‘차가워졌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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