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온갖 욕설과 비방으로 가득 찬 저주성 현수막이 사라진다니 십년 묵은 체증(滯症)이 내려가는 듯 후련하다.
 
그것만 눈앞에서 사라져도 서민들 출퇴근 길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다. 국민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준다니 고맙다.
 
여당인 국민의 힘이 먼저 시작했다. 야당 비판 현수막을 내리고 대신 ‘국민 뜻대로 민생 속으로’ 식의 현수막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혐오 정치를 지양하고 민생 위주로 가겠다는 다짐이다. 얼마나 잘 지켜 나갈 지는 앞으로 보면 알겠지만 일단 환영할 일이다.
 
이런 움직임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시큰둥하다. 민주당 측은 “우리 당 현수막 문구는 원래부터 정쟁보다 민생과 경제에 관련된 게 더 많았고,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내용도 팩트에 기반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일단 선수(先手) 빼앗긴 저질 현수막 철거에 동조하기 싫다는 표정이다.
 
사실 폐악질 수준인 어느 ‘거물 정치인’의 형수에 대한 막말 욕설은 유튜브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현수막은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는 공해(公害)다. 보고 안보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공당(公黨)이 만든 현수막의 저질성
 
욕설 혐오 저주에 가까운 상대 정당 비방 문구는 과연 이들이 우리 정치를 이끌어 가는 공당(公黨)에서 생산된 것인지 의문일 정도였다.
 
그런 내용의 현수막들은 행인들이 눈길을 피할 수가 없는 곳에만 골라 걸어 놓으니 국민 스트레스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난잡하게 설치한 현수막이 운전자나 행인의 시야를 가려 사고를 초래하기도 했다. 어린 학생이 그 줄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런 공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국회에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12건이나 올라와 있지만 그간 여야 정치인들은 나 몰라라 했다.
 
보다못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개정해 현수막 철거 작업에 나서기까지 했다.
 
저급 혐오성 현수막 철거에 이처럼 환호하는 이유는 거리를 오고 갈 때 느꼈던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 말고 또 있다.
 
사소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사안에 귀를 기울인 것 같아서이다. 특히 집권 정부 여당이 앞장서니 더 반갑다.
 
사소하지만 국민 원하는 것 찾아 시행해야
 
그것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패배가 가져온 반성과 변화일지라도 바람직한 변화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오만 불통이라는 지적을 받아왔고, 민생이나 경제에 둔감한 체 이념 정의를 중시한다는 비판 또한 높았다.
 
집권 초기엔 그같은 통치 스타일이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으나, 이젠 신선도가 떨어지고 국민들이 피로해지기 시작한 지 오래다.
 
작은 선거였지만 이번 보선 실패를 거울삼아 정부 여당이 정신 차리고, 야당과의 협치(協治)도 이끌어 내면서 서민 삶의 소소한 곳까지 살피는 정치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을 해서는 안된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허언(虛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시작이 혐오성 현수막 철거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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