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서울’ 집중 따른 부작용 우려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로 어려운 처지에 몰렸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 이목을 집중시키는 뉴스의 중심인물로 단숨에 떠올랐다. 그동안 여당 대표로는 존재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는 발표가 집중도를 한껏 높였다. 그는 지난 10월 30일 김포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 대책 간담회에서 “주민 의견을 받아들여 김포를 서울시에 편입시키는 절차를 당정협의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설득과 입법 등 산적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은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도권 도시를 편입시켜 서울을 거대도시로 만들겠다는 메가시티 전략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잠재력을 안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의 폭발적인 기대를 자극,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여당 입장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 서울로 편입되면 교육 및 거주 환경에 달라지고 개발이 촉진될 것이라는 기대로 집값과 땅값이 상승압력을 받게 된다. 벌써 부동산 업계가 들썩이고 중개업소에 문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메가시티는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의 방향에 변화를 가져와 국가 경쟁력과 인구 이동,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의 촬영지로 꼽혔던 김포는 쌀과 포도 생산으로 유명한 농업지역이었으나 한강신도시와 함께 중소기업과 유통 편의 시설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급증,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하고 주요 운송 수단인 김포골드라인 지하철은 ‘지옥철’로 유명할 정도로 여객 밀집도가 높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병수 김포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에 맞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주장해왔다. 주민 호응도 서울 편입에 쏠려 있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특별법을 추진키로 결정한 만큼 총선 전에 결실을 볼 수 있도록 김포시 편입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 발언이 나오자 고양과 부천 광명 구리 등 인접한 다른 도시에서도 서울 편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생활권과 행정권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SNS를 달군다. 국민의힘은 인구 50만명 이내의 인접 도시에 한해 주민들이 원할 경우 서울 편입을 더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울은 1963년 경제개발 초기에 경기도 시흥과 부천 김포 양주 광주 등 인접 5개군에서 80여개리를 흡수, 면적을 대폭 키워 대도시로 급성장했다. 성공 신화를 이끈 경제력 집중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렸다. 국민의힘 메가시티 구상은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서울이 다시 활력을 찾도록 인구와 면적을 확대하고 IT산업 등 재도약을 지원할 배후단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상위 10대 도시들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구 1000만명 이상 메가시티가 도시 발전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메가 서울’이 지방 공동화를 불러와서는 안 된다. 인접 지역을 끌어안은 서울이 블랙홀처럼 주변을 압도하는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까지 제치고 서울로 인구와 경제력 집중을 가속화하는 더욱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지방 공동화 막을 대책 나와야

 
서울이 김포를 끌어안겠다면 지방 경쟁력을 강화해 공동화를 막을 수 있는 전략을 미리 세워야 한다. 수도권 집중을 막겠다는 이유로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멀리멀리 떼어 보낸 과거 정부의 조치는 분산 효과가 그리 크지 않고 인력과 시간 낭비를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 지방 공동화를 막을 기존 투자 및 인력 배치 등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방에서도 부산·울산·경남을 묶는 이른바 ‘부·울·경 메가시티 프로젝트’가 거론된 바 있고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그리고 대전·충청·세종에서도 각각 비슷한 구상을 논의 중이다. 좁은 면적에서 권역별로 메가시티를 추진할 경우 과연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와 여당이 기본 전략을 세우고 권역별 맞춤 계획을 지원하는 게 순서다. 투자 배분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당정의 책무에 속한다.
 
한계를 드러낸 지역별 할당식의 공기업 공공기관 분산배치에 비해 권역별 인재와 연구역량 육성을 위해 대학과 연구기관을 재배치한 뒤 관련 민간기업들을 집중 유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나눠주기식 재배치가 아니라 분야별 경쟁력과 배후 지원을 감안한 인재 양성 중심의 장기 구상이 지방 공동화를 막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예컨대 한 지역에 IT산업 관련 대학과 연구기관을 집중 배치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의약 및 바이오 산업 또는 원자력 산업, 금융투자, 문화예술 등 각 분야별로 인재를 집중 육성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을 검토할 수 있다. 정부가 앞장서 지방 대학들의 시설과 연구역량을 서울 국립대 수준으로 키울 수 있도록 확대 개편을 추진하고 세제 개편 등으로 기업투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메가 서울’을 키우려면 지방의 실효성 있는 생존전략부터 세우는 게 시급하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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