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 걸린 문제, 선거 연계 惡習 언제까지

▲ 류석호 교수
▲ 류석호 교수
정국(政局)이 가히 ‘메가시티’ 논란의 와중으로 급속히 빨려들어가는 모양새다.

여야 모두 내년 4.10 총선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며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국민의힘은 6일 김포의 서울시 편입 등 '메가시티 서울' 추진을 논의할 당 기구 명칭을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로 확정하고, 총 16명의 인선을 완료했다. 김포 서울편입 논의 본격화에 첫 단추를 꿴 형국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은 이날 오후 2시간 40분동안 첫 만남을 갖고 ‘김포시 서울편입 공동연구’에 합의했다. 서울시는 연구를 바탕으로 다른 이웃 지자체들과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인데, 조만간 구리시장 등과도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서울의 메가시티 변신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여당 소속인 유정복 인천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당론으로 추진되는 이번 방안에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자 국민 혼란만 일으키는 정치 쇼", “서울보다 지방 메가시티가 우선”이라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색에 관계없이 저마다 처한 입장과 이해 관계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메가시티에 대한 찬반이 무성하다.

국가 수도의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서울의 메가시티화 논의 자체를 거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총선과 맞물린 시점, 서울 편입 이슈가 여당에 유리한 점 등은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게다가 과거 행정구역 개편 사례에 비춰보면 지난(至難)한 과정이 불가피하다. 부동산과 교육, 세금 문제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한데다, 이해당사자들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경기도와 야당 반대를 넘어서기 힘들거란 시각이 만만치 않다.

세계 주요 대도시들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외곽 도시를 편입해 메가시티로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프랑스 파리나 중국 베이징처럼 수도가 주변 도시를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과 경쟁하기 위해 지방 도시가 몸집을 키우는 경우다. 일본의 간사이(關西) 광역연합(8개 광역지자체와 인구 50만 명 이상의 시 4곳)이 대표적이다. 수도 도쿄에 맞서는 광역경제권을 만든다는 목표다.

우리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쏠림이 극심한 경우와 다르다.

메가시티 논의는 부울경 메가시티처럼 서울 일극화의 한반도에서 '다극화'를 통해 지역을 살리자는 취지로 나온 개념이다.

왜 우리는 선거 때만 되면 행정구역 개편 등 국가 미래가 걸린 대형 이슈를 사전 치밀한 검토와 조율없이 벼락치기 공부하듯 들고 나오는 걸까.

국민의힘이 총선 5개월 전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띄운 배경에는 과거 ‘행정구역 개편’ 공약으로 득을 본 선례를 재현할 거란 기대가 있다. 민주당이 고심하는 이유도 행정구역 이슈로 ‘재미를 본’ 경험이 있어서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충청권 신(新)행정수도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는데, 이회창 후보를 앞선 57만여 표 중 36만 표가 충청권에서 나왔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당시 18대 총선을 앞두고 ‘뉴타운’을 수도권 선거의 승부수로 띄웠다. 민주당도 뒤늦게 유사 공약을 내놨지만, 야당 강세 지역인 관악, 도봉, 노원 등이 일제히 한나라당에 넘어갔다. 2020년 총선을 1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필승카드로 꺼내들었다.

지방 선거 열기가 정점으로 가던 2022년 5월 27일, 송영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당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김포공항을 이전하고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을 펼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다.

수십년 국토 관리의 근간을 흔드는 계획을 즉흥적으로 공약하고선 선거 후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나몰라라하는 무책임한 처사가 반복되온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편 국민의힘이 들고 나온 경기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일명 ‘메가시티 서울’ 구상이 지방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집권 여당의 선을 넘은 지방 무시라는 비판이 거세다.

날로 심각해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 인구 급감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방의 메가시티 논의부터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집권여당이 쏘아올린 ‘메가시티 서울’ 구상은 당장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기조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모순적이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향후 5년간의 지역발전 계획을 담은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을 내놨지만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에 진정성을 잃게 됐다. 정부와 여당이 양립이 불가능한 두 가지 정책을 앞세운 데 대해 선을 넘은 노골적인 지방 무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수도권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 확실하다”며 지방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방 메가시티’부터 먼저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메가시티를 따지려면 전국적으로 같이 검토해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

선거전략 이상의 치밀하고 신중한 접근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행정구역 개편 문제는 여권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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