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독과점 폐해 막을 대책 필요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물가 고삐가 풀려 하루가 다르게 제멋대로 뛴다. 우윳값이 뛰고 사과 토마토 설탕 배추 등 생필품 가격이 오르더니 지난해 오른 소주 맥주까지 다시 들썩인다. 맥주 업계가 최근 출고가를 인상한 데 이어 하이트진로를 비롯한 소주 업계도 11월 들어 6.95% 올렸다. 지난해 출고가가 70~80원 오르면서 식당에서 파는 소주값이 병당 4000~5000원에서 5000~6000원으로 뛰었고 이번 출고가 인상으로 병당 7000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따랐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 식당에서 3000원 안팎을 받던 소주가 출고가의 10배가 넘게 거듭 올라 몇년새 2배로 뛰었다. 출고가에 유통 마진이 더해지고 인건비와 식자재비 상승분까지 감안해 식당 판매가가 정해지기 때문이라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화들짝 놀란 정부가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 라면과 빵 과자 등 품목별 담당관을 지정해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지방자치단체별로도 상하수도 쓰레기봉투 도시가스 요금 등을 담당하는 물가관리관을 두기로 했다. 정부는 주세 기준판매율을 도입, 세율을 조정해 소주와 위스키 출고가를 낮추기로 했다. 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 시책에 맞춰 당분간 소주 도매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식당은 소줏값을 이미 7000원으로 올린 곳도 있지만 6000원 이하 종전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장 움직임을 지켜보는 업소가 대부분이다. 주류도매업소가 도매가를 동결했는데도 티가 나게 값을 올렸다가는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직장인 봉급은 뻔한데 훌쩍 오른 점심값 내고 퇴근 후 어쩌다 소주라도 한잔하려면 부담이 너무 크다. 소폭에 안주까지 곁들이면 벌써 몇 만원 계산이 나온다. 식료품 등 생활용품 가격은 이미 인상에 인상을 거듭해 가계는 더욱 쪼들리고 교통비와 공과금 걱정이 더해져 위축을 부른다.
 
정부의 품목별 물가대책에 대해 한계를 지적하는 회의적 의견이 많다. 전반적인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공급을 늘리고 통화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줄여 수요를 조절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개별 품목에 대해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는 식의 행정력 동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시장원리와 흐름을 중시하는 전문가 시각에서 당연한 지적이다. ‘빵 사무관’이라거나 ‘배추 담당관’이라는 우스개도 들린다.
 
시장 실패 따른 개입에 주목
 
다만 시장흐름에서 벗어난 왜곡을 바로잡고 독과점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물가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가 어려워 통화정책에 한계를 가진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을 형편도 아니다. 더구나 물가 동향에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므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제어할 수 있는 단기 대책도 때로는 나와야 한다. 더구나 지역별 또는 업종별 사업자들의 담합과 시장을 사실상 소수 업체가 지배하는 독과점 폐해로 가격이 왜곡될 경우 정부가 나서 감시하고 시정할 책무가 있다.
 
유제품과 라면 등 출고가 인상에 독과점업체의 영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 지배력이 강한 업체가 먼저 가격 인상을 치고 나가면 나머지 업체들도 슬그머니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독과점업체들은 원가 상승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인상이라고 주장하지만 마냥 믿을 일도 아니다. 주류도매업체들의 유통마진 등 담합 여부도 정부가 가려내야 할 일이다. 종합주류면허를 가진 전국 도매업체는 대략 1100개로 추산되는데 그동안 지역별 담합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미 조사에 착수한 공정거래위원회가 25~30%에 이르는 소주 유통마진의 책정 자료와 운용실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당국이 경쟁을 통해 마진을 낮추려고 지역별 주류면허 도매 업체수를 늘리려 해도 기존 업체들이 자회사 설립이나 담합을 통해 마진을 고착시킨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지역별 연합회나 친목 단체 등을 통한 음식과 주류 판매가 인상도 살펴보아야 할 대목이다. 맥주와 각종 음료 과자 등 포장 용량이나 함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은 정부와 소비자단체가 앞장서 내용을 공개해 얌체 짓을 근절해야 한다. 품목별 담당관들이 시장 감시를 충실하게 이행하면 당장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경쟁 제한 등으로 시장의 실패가 드러난 분야에 대해서는 당국이 개입하는 게 이상할 이유가 없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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