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예산삭감, 전력산업 회복에 족쇄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문재인 정부가 끝나면서 원자력발전 중흥시대가 다시 열려 에너지 정책 정상화가 이뤄지는가 기대를 키웠다. 원전이 가장 바람직한 에너지원이라서가 아니라 석유 가스 등 연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입장에 비춰 기술 수준과 가격 등의 경쟁력 우위를 확실히 갖추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 5년간 뚜렷한 근거도 없이 막연한 공포심을 앞세워 탈원전 정책을 고집한 결과 발전단가가 뛰고 우량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누적 부채 200조원의 부실을 떠안게 됐다. 탈원전에 대한 국민 반발을 회피하려고 전기요금 인상을 지난 정부가 억지로 미뤄온 탓이 크다.
 
그 결과 그동안 눌러 놓은 인상 요인과 한전 부실의 부담이 모두 국민에게 떠넘겨졌다. 연료비가 덜 드는 원전 건설과 가동을 늘리고 국제유가와 가스 가격 등 인상 요인을 제때 반영했더라면 가계와 기업이 미리 적응할 기회가 있었을 터인데 인상 요인을 누르고 있다가 윤석열 정부에 몰아 넘겨 큰 타격을 입었다. 기업은 전기료 등 에너지 가격 변동에 적응하기 위한 절전 설비 도입과 기술 개발이 필요한데 이를 실행할 기회조차 날린 셈이다. 그래서 탈원전의 퇴장은 경제 회생을 선도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국민과 기업 모두가 반기는 분위기였다.
 
문 정부는 퇴장했으나 국회는 여전히 압도적 다수인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되살아난 탈원전 망령이 집요하게 에너지 정책을 물고 늘어진다. 민주당은 지난달 20일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 예산심사에서 단독으로 내년도 원전 관련 예산 1814억원을 삭감해 의결했다. 원자력 생태계 지원을 위한 예산 1112억원을 비롯,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개발 사업 333억원과 원전 수출을 위한 보증보험 발급에 쓸 예산 250억원 등을 잘라냈다. SMR은 안전성과 활용도가 뛰어난 차세대 원전으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선도국들이 뛰어들어 각축을 벌이는 유망 분야로 주목을 끌고 있지만 민주당은 거침없이 삭감했다.
 
민주당은 “미국도 SMR 실용화에 실패했는데 우리에게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라며 예산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기술 개발은 그동안 국내 업계가 선도국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여온 분야인데 정쟁에 몰입한 민주당이 미리 싹을 잘라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탈원전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가 원전 수출을 경제 회생을 위한 중점 분야로 판단, 지원에 나선 데 반해 민주당은 수출지원 예산까지 모두 날렸다. 체코 원전 국제입찰이 내년으로 다가왔고 영국과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에도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마당에 야당의 횡포가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탈원전은 부동산,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지난 정부가 저지른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꼽힌다. 민주당도 탈원전의 폐해와 반대 여론을 의식, 지난 2022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탈원전 후퇴를 받아들였다.
 
원전은 석유나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을뿐더러 발전단가도 훨씬 싸다. 미래세대를 위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원전의 역할이 긴요하다는 인식 아래 유럽과 미국은 원전을 친환경 무탄소 에너지로 인정하는 추세다. 독일이 탈원전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을 선회했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도 원전 수명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를 비롯한 학계와 업계는 원전 생태계의 장기 발전을 위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해 왔다. 이를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안정적으로 저장, 처분하고 탄소중립의 실천을 담보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비싼 요금 강요하는 폭거 철회해야

 
탈원전은 산업경쟁력 회복을 위한 에너지 정책의 출발선이다. 그 첫걸음에 여소야대의 국회가 족쇄를 채워 생태계 회생을 지연시키면 빚더미에 눌린 한전을 부도로 내몰고 국민과 기업에 더 비싼 전기료를 물리는 폭거로 인식될 일이다. 당장 원전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원자력동반성장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정치적 진영의 이념을 떠나 합리적인 기준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민주당이 실패한 정책에 집착, 본회의에서도 예산삭감을 밀어붙여 에너지 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하게 되리라는 지적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비싼 전기료에 다시 뛰는 물가를 그냥 바라볼 국민이 아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 분노를 촉발하는 만용은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앞세운 힘자랑이 어디까지 갈지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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