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김치 열풍...수출 확대에 더욱 박차를

▲ 류석호 교수
▲ 류석호 교수
올해 우리집 김장 김치 담그기 행사는 특별했다.

외국손님이 찾아와 직접 김치 담그는 일에 동참한 것이다.

우리집 김치담그기 역사 40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한번도 김장하는 날 남이 집에 온 적이 없었는데, 아내의 친구이자 문화관광해설사 동료 2명까지 가세, 한바탕 축제 분위기였다.

미국인을 포함해 4명의 60대 여성이 함께 모여 5시간 동안 절임김치 40kg(20포기)를 담그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김치를 매개로 한미 친선과 우정의 장(場)이 활짝 펼쳐졌다고나 할까.

미국인 카시아(62)씨가 지난 11월 22일 우리집을 방문한 것은 아내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19년째 서울시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고 있는 아내와 석 달 전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됐다.

푸른눈의 뉴요커는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동갑내기 남편 스티브를 따라 처음 한국땅을 밟았다. 뉴욕에서 아들과 함께 7년째 꽤 알려진 유명 찻집을 운영하던 그녀는 남편의 한국 파견근무에 동행, 2년 체류 예정으로 한국에 오게 됐다.

한국에 온지 일주일만에 부부는 서울도보관광 홈페이지에 접속, 서촌(西村)에 대한 문화관광해설사 영어해설을 신청해 아내와 인연이 닿았다.

아내가 2시간 동안의 해설을 끝내자 카시아씨가 친절하고 자상한 해설과 안내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개인적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서울에서 친구가 되어 한글과 한국문화, 역사, 음식 등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평소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그녀의 진지함과 열정에 편이 되어주기로 했다.

이후 일주일에 한번 꼴로 만남을 이어가던 어느 날, 아내가 “김치 담그는 데 관심이 있느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 반색하더라는 것. 이렇게 해서 카시아씨의 60평생 최초의 김장체험이 성사됐다.

카시아씨는 김치를 맛본 적은 있지만 직접 담그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함께한 것은 처음이라 마냥 신이 난 모습이었다. 김치를 담그는 데 들어가는 각종 재료와 복잡한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주부들의 노고에 경외심을 보이기도 했다. 해물파전과 돼지고기 보쌈, 잡채, 배추된장국에 알싸한 막걸리까지 한국음식에 푹 빠진 그녀는 “집에 가서 직접 김치를 담가 볼 작정”이라며 “내년에도 김치 담그러 오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한달간 미국에 다녀온 뒤 자신의 집으로 일행을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어쨌든 이날 11월 22일이 마침 ‘제4회 김치의 날’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차제에 전 세계에서 열리는 '김치의 날'과 K-푸드 김치는 어떻게 세계인을 사로잡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까 한다.

세계적으로 김치의 인기가 높아지며 올해 김치 수출국 규모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류 열풍을 타고 건강식품으로서 김치의 효능이 널리 알려지며 김치는 명실상부한 ‘K-푸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김치는 일본과 미국 등 93개국에 수출됐다. 지난 2013년 61개국에서 꾸준히 늘었고, 올해 처음으로 90개국을 넘어섰다. 김치수출액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올해 1~10월 김치 수출액은 1억3천5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0.1% 증가했다.

이같은 김치의 위상을 증명하듯 올해는 ‘김치의 날’이 전세계 곳곳에서 선포됐다. ‘김치의 날’은 지난 2020년 김치의 가치와 중요성 및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로 김치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22일)의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다. 타 국가에서의 ‘김치의 날’ 선포는 ‘K-푸드’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리는 것과 동시에 한국 고유의 전통 발효음식이라는 것을 알리는 의의를 갖는다.

실제 지난 4월 미국 연방 하원에서는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이 발의돼 내일(6일) 상정·채택을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브라우질 상파울루시가 남미 최초로 ‘김치의 날’을 제정·선포했고, 7월에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최초로 국가차원의 기념일로 제정했으며, 영국 런던 킹스턴 왕립구는 유럽 최초로 ‘김치의 날’을 공식 제정했다. 하와이 김치박물관(관장 김세희)은 '김치의 날'을 맞아 지난 22일(현지시간) 박물관에서 하와이 주지사, 호놀룰루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을 가졌다.

아프리카에서도 최초로 김치의 날을 기념하는 ‘김치 나눔축제’가 남아프리카공화국한인회(회장 전소영) 주최로 열렸다.

전문가들은 김치가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는 이유로 한류열풍과 채식열풍 및 건강식품으로서의 위상을 꼽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건강식품인 김치에 대한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급증했다.

'김장'이 유네스코 인류 문화유산에 등재된 지도 꼭 10년이 됐다.

김치와 김장문화는 특히 한국인 고유의 음식 정체성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한글과 태극기 못지않게 중요한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김장문화는 단순하게 김치를 함께 담그는 행위 자체를 넘어, 김치를 함께 담그고 이웃과 나누는 공동체적 정신이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김치의 날’ 우리집에서 함께 김장을 담근 미국인 카시아씨와 아내의 친구 2명도 자신들이 만든 김치를 받아들고 귀가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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