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세밑이 다가오면 궁금해지고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지난 한 해 한국 사람들은 무엇으로 아웅다웅, 지지고 볶고 했는지가 궁금하다.
 
지구촌 이웃들은 또 무엇에 열광하고 집중했으며 우려했는지도 관심사다.
 
이런 궁금증들을 간략하게,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요약해 주는 작업 결과들이 해마다 이맘때면 잇달아 발표된다.

한국에선 대학교수들이 머리를 맞대 ‘올해의 사자성어(四子成語)’를 선정한다.
 
미국과 영국의 유명 사전 편찬 회사들은 매년 ‘올해의 단어’을 선정해 사전에 올린다. 한 해의 화두가 함축된다.
 
대학 교수들이 고른 2023년의 사자성어는 見利忘義(견리망의)이다. 이익에 접하면 의로움을 버리고 오로지 이익만 챙긴다는 뜻이다.
 
견리망의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는 지금 견리망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정치란 본래 국민들을 바르게 다스려 이끈다는 뜻인데 정치인은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한다.
 
바른말 참지 못하는 정치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견리망의 선택에 대해 “부끄럽고 부끄럽다”며 “예전엔 좌파는 뻔뻔하고 우파는 비겁하다고 지적한 바가 있는데, 이젠 좌우 모두가 뻔뻔하기 이를 데가 없다”고 말한다. 지난 한 해 우리 정치권 정치인들이 보여준 민낯이었다.

진위(眞僞) 구분 어려운 시대
 
우리 말고 세계인들은 무슨 생각과 말 행동으로 한 해를 보냈을까. 요약하면 AI(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의 인식 체계와 생활 깊숙이 파고들면서 가짜 진짜 진실성 가짜뉴스와 같은 어젠다들이 지구촌의 한해 화두가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가장 오래된 사전인 메리엄 웹스터는 올해의 단어로 ‘authentic’(진짜. 진정성)을 선정했다.

AI의 발달과 파생되는 가짜 뉴스의 범람으로 진위(眞僞) 구분이 어려워진 시대에 진짜 가짜의 판별 능력과 안목을 기르자는 취지에서 이 단어가 뽑혔다는 설명이다.
 
각종 SNS와 플랫폼을 통한 오(誤)정보가 확산되고, AI의 급부상으로 진위 구분이 매우 어려워진 시대에 살고 있다.

진실성의 위기(crisis of truth), 탈(脫)진실 사회(post truth)에서 진실에 대한 열망이 절실해졌음을 이 단어 선정이 함축한다.
 
이미 지난 2006년 웹스터는 truthness(진실), 2016년 옥스퍼드는 post-truth(탈진실), 2017년 콜린스는 fake news(가짜뉴스)를 그해의 단어로 선정한 바 있다.
 
콜린스 사전은 ‘AI’(artificial intelligence – 인공지능)을 선정했다.
콜린스 측은 “AI가 인류를 장악하게 되면서 이것이 ‘좋은 혁명인가’ 아니면 ‘파멸적인 종말인가’에 대한 대화가 증가한 것을 올해의 단어 선정 이유로 꼽았다.
 
AI의 급속한 발전에 대응하려면...
 
이 메일이나 스트리밍 또는 한때 미래 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들이 지금은 일상적인 기술로 어디서나 흔히 빠르게 발전하는 AI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캠브리지 사전은 hallucinate(할루시네이트 –환각을 느끼다)를 올해의 단어로 꼽았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듣다’라는 기존의 의미에 ‘AI가 잘못된 정보를 생성한다’는 의미를 추가한 단어.
 
AI가 생성한 허위 정보가 여론을 조작하고 불화를 조장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AI는 파워가 강력하지만 완벽과는 거리가 먼 도구다, 따라서 이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인간은 비판적인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옥스퍼드 사전은 상기 3개 사전과는 다소 다른 의미의 신조어 ‘rizz’(리쯔 – 잡아끄는 매력)를 선정했다
 
스타일 매력 또는 매력을 통해 다른 사람을 끌어당기는 능력과 관련된 영미권(英美圈) Z세대의 단어다.

‘그 사람 rizz가 있어’하면 반드시 외모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이성(異性)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을 뜻한다. 외모에 대한 칭찬보다 숨겨진 매력이란 의미에 가깝다.(묘한 매력이 있다)
 
미국에서 ”나는 rizz가 있어 보이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어리둥절해 한다면 ‘꼰대‘ 취급받는다.
 
칼럼 주제와는 좀 멀지만 소개한다. 구글이 발표한 올해의 세계 최다 검색레시피(음식 조리법) 부분에서 비빔밥이 1위를 차지했다.
 
90년대 후반 대한항공의 기내식으로 비빔밥이 제공되면서 인기 기내식으로 등장한 비빔밥이다.
 
가짜 뉴스 생성 배포 규제는 지구촌 과제
 
가짜 뉴스를 생성 배포하는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AI규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유럽연합(EU) 은 지난 8월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EU 역내 인구의 10% 이상이 이용하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 19사는 유해 불법 톤텐츠 발견 시 신속히 제거할 의무를 진다.

규제를 이행하지 않는 플랫폼은 연간 글로벌 매출의 6% 과징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가짜뉴스는 ’직접적인 테러‘로 인식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AI 규제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짜 뉴스 유포를 차단하기 위해 진행해 온 ’허위 정보 경고 시스템‘ 운영을 중단했다.

야당인 공화당이 ’기본권 침해‘라며 반대하고, 법원도 공화당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가짜 뉴스와 관련된 폐해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특히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에 의한 부작용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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