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온 기자
▲ 김시온 기자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교원 단체들은 해당 조례를 교권 하락의 주범으로 낙인찍고 폐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 교육감들은 교권 하락과 학생인권조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며 오히려 더 앞으로 나아가야된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대립 속에서 충남도의회는 최근 제348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했고,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보편적인 인권을 나열했다면서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교육청에 배포했다.

첨예한 대립 속에서 시곗바늘을 잠시 되돌려 학생인권조례 시행 당시로 돌아가보면, 당시 일부 학교의 체벌 문화는 훈육의 수준을 넘어 폭행에 가까웠고, 보도된 내용만 봐도 체벌로 인한 피해는 상상 이상의 수준이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의 모든 조치에 순응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해당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고,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 날에도 교복 위에 패딩을 입으면 등교하지 못하게 교문에서 막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 학생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근거로 제정된 것이 학생인권조례였다.

해당 조례는 지난 2011년 3월 1일 경기도를 시작으로 빠르게 퍼져나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경기와 광주, 서울, 인천, 전북, 충남, 제주 등 7개 지역에 제정 및 시행됐다.

특히 학생인권조례에는 체벌 금지조항 외에도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에 대한 강제성, 복장과 두발 등 용모에 대한 개성을 비롯해 각종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부여한다는 조항이 담겼으며, 이 중에는 성 소수자 인권단체와 여성 인권단체, 노동단체, 학생단체, 이주민 인권단체, 장애인 인권단체 등에서 요구한 내용도 다수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련의 벌어진 교사 사망사건을 두고 교권이 심각하게 하락했다는 우려와 함께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전국 교사 3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직 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고,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도 정당한 교육권이 침해당한다며 폐지를 촉구해왔다.

이에 전국 9개 시도 교육청 교육감은 지난 19일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두고 “시대적 착오이며 차별적인 폐지를 중단하라”고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조희연 교육감은 광화문과 강남역, 서울역 등지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또한 조 교육감은 최교진 세종시교육감과 가진 최근 기자회견에서 “존중과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며 “지금까지 점진적으로 발전해 온 학생 인권 증진의 역사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강한 반발 행보에 서울시의회 인권·권익향상 특별위원회는 지난 22일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본회의에 상정시키기 위한 회의를 취소하며 일단락 됐지만, 미봉책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해당 조례가 정작 학생과 부대끼며 소통하고 생활하는 교사들의 현장감 있는 목소리는 제대로 실리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의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가 지난 7월 28일 공개한 ‘서이초 사건 등 교권침해 관련’ 설문조사 결과 ‘서울 서이초 사건의 원인이 학생인권조례로 보는 것에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교원·학부모 55.5%가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설문은 총 13만235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이중 8만 9천여 멍은 교원이었으며, 3만 6천여 명은 학부모였다.
 
즉, 교원뿐만 아니라 학부모 상당수도 서이초 교사의 자살 사건에 학생인권조례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상황을 보고 있자니 한 가지 물음을 던지게 된다. 과연 학생인권조례의 존치를, 또는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사제관계’는 무엇일까? 조례의 유지도, 폐지도 결국 교사와 학생 간의 올바른 관계 설정과 더 나은 교육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갑론을박은 교사와 학생이라는 본질보다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사회는, 또 정치권은 매번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본질은 잃은 채 하나의 현상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란 역시 동일선상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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