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봉 정치사회부 기자
▲ 이기봉 정책사회부 기자
지난해 아이유, 성시경, 임영웅 콘서트에서 논란이 됐던 ‘암표 매매’가 새해 첫날부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특히 연말연초 특성상 공연이 많아지면서 암표 문제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의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보니 가수들이 직접 나서서 공연 자체를 취소하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장범준은 지난 1일 유튜브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공연 티켓 예매를 전부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더 공평하고 좋은 방법을 찾아 다시 공지하겠다. 죄송하다”고 팬들에게 사과했다.
 
장범준은 지난 3일부터 2월 1일까지 서울의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었고 티켓 예매가격은 5만5000원이었다.
 
하지만 콘서트 예매가 열린 직후 온라인에서는 해당 콘서트 티켓을 30~40만원에 판다는 글이 중고거래 사이트에 다수 올라와 암표 논란이 불거졌다.

이러한 암표 문제는 단순한 콘서트뿐만 아니라 스포츠 경기의 티켓 예매부터 팬미팅, 팬사인회, 무료 관람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거래방식도 티켓의 원가에 웃돈을 붙여서 파는 ‘프리미엄’(플미)부터 암표상이 티켓을 구매자의 아이디로 옮겨주고 그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 ‘아이디 옮기기’(아옮), 상대방의 아이디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예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대리 티켓팅’(댈티)까지 다각화된 상황이다.

최근에는 가지고 있지도 않은 티켓을 판다고 속여 돈만 갈취하는 ‘암표 사기’마저  퍼지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의 해결 방안이 필요하지만, 실상을 암표 적발을 정부가 아닌 소속사와 공연기획사가 맡아서 하고 있어 제대로된 적발이 어렵다는 것이 공연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한 암표상의 수법이 다양해지고 판매하는 콘서트의 좌석을 밝히지 않거나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해 경찰의 추적을 피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는 점도 업계에서 적발 과정에서 골머리를 썩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이러는 상황 속 암표 의심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문화예술 분야에서 ‘온라인 암표 신고 게시판’에 제보된 암표 의심 건수는 2020년 359건에 불과했으나 2022년 4,224건에 달했다.
 
야구, 축구와 같은 프로스포츠 분야의 암표 신고 건수도 2020년 6,237건에서 2021년 18,422건, 2022년 36,823건으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암표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적발 조차 못하고 있지만, 현행법에서도 강력하게 규제할만한 수단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2항 4호에서 암표 매매는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암표 매매자에게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를 부과해 처벌의 정도가 매우 가볍다.
 
또한 암표 매매의 장소를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으로 제한하고 있어 온라인 암표 거래에 대해 규제할 수 없고, 1991년 경범죄 처벌법 개정 이후 내용이 바뀌질 않아 낡은 법 조항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암표에 대해 형법 제314조 제2항인 ‘업무방해죄’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3항을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였지만,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매매가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했거나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법률적인 판단도 혼재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올해 2월과 3월에 시행 예정인 공연법 제4조의2 제2항과 체육시설법 제21조의2 제2항에 따라 매크로를 이용한 예매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했지만, 공연과 체육시설을 비롯한 특정한 상황에서 처벌이 가능할 뿐 전 분야에서 암표를 근절할 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입증책임이 암표상에게 있지 않아 처벌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암표 문제가 사각지대로 방치되면서 암표를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3월까지 공연 티켓 예매 경험이 있는 전국 남녀 572명에게 설문한 결과 10~20대의 암표 구매 경험 비율이 32.8%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들은 정가보다 20~30만원 이상의 금액을 냈고 학생의 신분으로 50만원 이상 추가 금액을 내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암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지만 정작 암표상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암표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처와 함께 암표를 구매하지 않은 인식 개선도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새해가 밝았다. 행복한 신년이 되어야지만, 암표로 인해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가지 못하고, 가수는 팬들을 못만나는 그런 상황은 더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정부 차원에서도 실효성있는 대책와 명문화된 법으로 암표 문제를 해결해, 언젠가는 암표 걱정 없이 제값을 주고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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