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정치권에 막말 주의보가 내려졌다. 도저히 듣기 민망한 막말, 상스럽고 저급한 발언, 욕설 저주에 가까운 코멘트 ... 여의도 발(發) 언어 수준이다.
 
여당 야당이 한목소리로 ‘저급한 막말을 하면 제재’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반갑다. 두손 들어 환영한다. 작년 하반기 정치권에서 저질 문구 현수막을 내걸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로 많이 없어졌다.
 
길가에 무질서하게 내걸려 눈살 찌뿌리게 했던 현수막들이 사라졌다. 정치권이 스스로 자정(自淨)했다기 보다는 시민들의 압력에 굴복한 조치였다.
 
저급한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시민들 요구에 나몰라라 하더니,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만들어 강제 철거하겠다고까지 나오자 슬그머니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큰 숙제 하나가 해결됐다.
 
이제 정치권의 상스럽고 저질스러운 ‘막말’이 사라질 차례다. 여 야 할 것 없이 막말 자제하겠다는 약속에 기대가 크다.
 
저질 현수막에 이어 막말 사라질 차례
 
최근에 쏟아진 막말만도 한 두 개가 아니다.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는 “한동훈 어린 놈, 건방진 놈”. 민형배의원은 “정치를 후지게 한 건 한동훈 같은 XX”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동물농장에도 보면 그렇게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김건희 여사 비난)라고 했다.
 
또 민주당 홍보 현수막 문구가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라며 청년을 능멸한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의해 비대위원으로 임명됐던 민경우씨는 “노인네는 빨리 돌아가셔야 한다”는 과거 발언 땜에 사퇴했다. 한동훈은 이 일로 대한노인회에 찾아가 백배 사죄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은 이준석을 “부모가 잘못 가르친 탓”이라고 비난했다가 물의를 일으키고 사과한다.
 
정치권의 막말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1998년 야당 김홍신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은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해 공업용 재봉틀로 입을 막아야 한다”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홍익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귀태(鬼胎),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라고 섬뜩한 말까지 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개구리’ ‘노가리’ ‘무뇌(無腦)’라고 노골적으로 비하했다.
 
‘막말 정치 역사’는 뿌리 깊다. 그러나 유독 현재의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의 막말, 수준 낮은 언어가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건 정치인 수준이 국민들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 야의 막말 자정(自淨) 움직임 기대 크다
 
어찌됐건 정치권에서 막말에 대한 반성 분위기가 조성되는 건 다행이다.

여당의 한동훈은 “극단적인 갈등과 혐오의 정서는 감염성이 크다. 신속 엄정 대응하지 않으면 금새 퍼진다” “극단적인 혐오의 언행을 하시는 분들은 우리 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공천 배제를 시사한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 측도 “이번 총선 예비 후보자 신청 서약서 항목에 ‘막말 검증기준’을 추가한다” 며 공천에 저질 막말 인사를 걸러보겠다는 것이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지지자와 국민을 양극단으로 몰아가고, 극단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며 막말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서로를 증오하고 죽이는 검투사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한다.
 
도대체 정치인들의 저질 막말은 왜 빈발하는 걸까. 여러 가지 분석이 있겠지만 가장 손꼽히는 원인은 ‘수준 낮은 함량 미달, 저급(低級) 정치인’이 많기 때문이다. 공천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정치인이 많아 그렇다.
 
그들은 수준 높은 의회 활동을 펼칠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자극적인 용어나 행동으로 시선을 끌려는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SNS 보급의 영향도 크다. 제목 위주에다 짧은 단어의 나열로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용어가 등장한다.
 
정치의 양극화도 한몫 한다. 자극적인 용어라야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특히 극렬 지지층의 주목도를 높이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같은 저질 막말 혐오 발언들은 우리 사회에 무슨 영향을 줄 것인가. 대중을 분열시킨다. 내편 네편으로 갈라치기에 막말의 효과가 클 것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 나아가 정치 혐오를 초래함으로서 건전한 민주사회가 그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 정치 수준의 질적 저하는 불가피하다.
 
함량 미달 국회의원 퇴출이 정치발전 첩경
 
어찌해야 할 것인가. 우선 국회의원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 함량 미달 인사를 걸러내서 여의도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국회의원을 뽑을 때 철저한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 저질 정치인이 판을 치는 것은 국민들이 그들을 의회로 보내줬기 때문이다.
 
언론도 정치인의 막말을 거두절미, 자극적 용어 중심으로 보도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처럼 여 야 정치권이 막말 자제 분위기여서 기대가 크다. 특히 한동훈 발(發) 막말 퇴치 운동이 큰 성과를 이루길 바란다. 여기에 야당도 합심한다면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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