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엔화. 사진=뉴시스
▲ 일본의 엔화.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지난해 역대급으로 이어진 엔저 효과로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이 1조2000억엔에 가까이 증가하고, 일본 대표 주가지수 ‘닛케이 225’가 34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엔화 약세와 관련한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
 
다만,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시점에서는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부분 등을 언급하며 엔화 관련 투자와 매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1일 <투데이코리아>의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은행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2023 11월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엔화예금 잔액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구체적으로 엔화예금 잔액은 전체 외화예금 비중의 9.7%로 13억1000만달러 증가한 99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엔저에 따른 개인 예금 증가와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증가가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 속 국내 5대 주요 은행의 엔화예금 또한 급증세를 기록했다. KB국민, 하나, 신한, 우리, 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조1971억엔으로, 직전달인 10월 말과 비교할 경우 14% 가량 급증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역대급 엔저에 따른 투자 매력도 증가와 함께 원·엔 환율 하락으로 국내 관광객들의 일본 여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을 엔화예금 잔액 증가의 주 요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 ‘닛케이 225’는 지난해 28% 급등하며 1989년 이후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9일 3만3763으로 장을 마감하며 34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63만1100명으로 지난 2019년 10월과 비교해 3.2배 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엔화 약세에 따른 흐름을 두고 시장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화 가치가 저점보다는 올랐지만 여전히 투자 매력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최근 빠르게 반등한 원·엔 환율과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할 가능성을 시사한 점 등을 언급하며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미국 중앙은행 긴축 완화 움직임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으로 달러 대비로는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원·엔 환율이 그 이상으로 올라봤자 정기예금 수준의 수익률 정도밖에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환율 수준에서 엔테크에 나서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의 가파른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일본은행이 현재 금리 정책에서 벗어나 플러스 금리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학교 명예교수는 지난 9일(현지시각) 마켓워치에 기고에서 “팬데믹 이후 미국이 대대적인 긴축에 나서면서 미국 달러 가치가 다시 치솟고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며 “엔화 약세 속도가 너무 빨라 머지않아 일본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때가 올 수 있는 만큼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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