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앞으로 수년 내에 농촌 풍경이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지능형 로봇의 상용화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사람의 노동력 없이도 작업이 가능한 자율주행 농업용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 제초기, 자율 운반 로봇, 드론 등이 농촌에 투입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율작업 농기계 시장은 아직 도입 초기 단계다. 하지만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농기계 제조기업들의 발 빠른 기술 개발로 인해 급격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대동 등 농기계 제조업체들은 국내 최초로 3단계 자율주행이 가능한 농기계를 이미 개발해 올해부터 농가 보급이 시작될 예정이다.   

 농촌의 고령 인구는 전체 농민의 절반이나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촌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016년 40.3%에서 2022년에는 49.8%로 높아졌다. 이러한 고령화 추세로 인해 현재 전체 농민 수는 216만 명이나 앞으로 5년 내에 실제 농작업이 가능한 농민은 100만 명 정도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한국농촌경제연구소의 예측이다. 

100만 명 남짓 되는 농민이 5천만 명이 넘는 국민들을 먹여 살리려면 농업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정부는 냉해, 집중호우 등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는 기상이변과 고령화로 인한 농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올해부터 자율주행 농기계의 고도화를 추진, 2027년까지 생산 농가의 30%에 스마트농업 장비와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자율주행 농기계의 상용화를 위해 올해부터 위치 측정과 자세제어 등에 필요한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지방자지단체들도 ‘농업대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올해 처음으로 무안에 자율주행 트랙터를 보급하는 한편 스마트농업이 확산되도록 드론과 로봇까지 확보해 농기계 임대사업을 확대하고 임대사업소도 늘리기로 했다. 특히 임대사업소에 비치된 노후 농기계를 신형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전국 최초로 ‘혁신 농업타운 조성사업’을 추진 중인 경상북도도 콩, 양파, 감자를 이모작 하는 등 작부 체계 변경으로 경지이용률과 농업소득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노동과 경험에 의존하는 기존 농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기술을 활용, 농업을 첨단화하고 이를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 축산분야에도 적용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미래 농업을 이끌어 갈 이른바 ‘디지털 청년 농업인’을 2026년까지 5000명 육성하기로 했다.

농기계 자율주행 성능은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직진, 2단계는 직진과 좌·우 커브 등 자율적인 회전과 속도 컨트롤이 가능한 단계다. 3단계는 장애물 감지가 가능해 농기계 스스로 작업 경로를 추종하면서 조건부 자율작업이 가능하다. 제한된 구간에서 운전자와 자율주행시스템 간에 제어권 전환이 수시로 이뤄지는 수준이다. 4단계는 완벽한 무인 자율주행과 작업이 가능한 완성 단계다.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회사는 농기계 부문 세계 시장 1위인 ‘농(農)슬라(농기구+테슬라)’라 불리는 존디어 등 미국업체들이다. 존디어는 2022년에 이미 24시간 내내 사람 없이 자동으로 작동할 수 있는 4단계 자율주행 트랙터를 내놨고 2030년까지 완전 무인 농업 시스템을 갖추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대동, LS엠트론, TYM 등을 비롯해 스타트업인 아그모와 긴트 등 국내 업체들도 앞다투어 농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대동은 22년 9월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트랙터와 콤바인 등을 내놨다. 이 업체는 2026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 트랙터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스타트업 ‘아그모’는 트랙터, 이앙기 같은 기존 농기계에 센서와 카메라 등을 부착해 값싸게 자율주행 농기계로 전환할 수 있는 ‘아그모 키트’를 개발했고 ‘긴트’도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자율주행을 조작할 수 있는 농기계 자율주행 솔루션 ‘플루마 오토’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경작지는 북미나 유럽과는 달리 작고 불규칙적이다. 따라서 잦은 선회가 가능한 정교한 자율주행 농기계가 긴요하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이미 개발한 3단계 수준의 농기계만 해도 구불구불한 다변형 농지에서 장애물을 인식해 경로를 생성하고 다양한 농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스스로 땅을 갈고 수확하는 농촌 풍경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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