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워싱턴DC 연준 이사회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5.25~5.50%로 재차 동결,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워싱턴DC 연준 이사회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5.25~5.50%로 재차 동결,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동결함과 동시에 오는 3월에도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어 현재로서는 고무적인 경제 상황이나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계속 좋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은 아직 없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은 3월 금리 인하가 미뤄진 탓에 오는 5월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회의로 봤을 때, 위원회가 3월 정례회의에서 확신하는 수준에 도달해 금리를 인하할 때로 보지 않을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다만 그건 두고 볼 일(but that’s to be seen)”이라면서도 시장에서 기대가 높은 3월 금리 인하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나마 내비쳤다.

특히 그는 경제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경제는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좋은 진전을 이뤘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실업률 증가 없이 완화됐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고, 이를 낮추기 위한 지속적인 진전은 확실하지 않다(Inflation is still too high. Ongoing progress in bringing it down is not assured)”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 인플레이션 수치가 낮아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지속적인 증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지속 가능한 경로에 있다는 확신을 줄 더 많은 증거(inflation is on a sustainable path down)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데이터가 있어야 확신을 가질 수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우리는 더 많은 좋은 데이터를 원한다”면서 “더 나은 데이터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좋은 데이터가 계속 이어지는 것을 찾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파월 의장은 현재로서 금리 인하를 논의할 단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이날 정례회의에서도 금리 인하 제안은 없었다고 전했다.

장기간 고금리에도 경제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연착륙(soft landing)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고 봤다.

그는 “연착륙을 달성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승리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we’re not declaring victory at all at this point)”이라며 “우리는 아직 갈길이 남았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우리의 정책금리는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만약 경제가 예상대로 전반적으로 발전한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 억제 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팬데믹 이후 경제의 상황이 여러 가지 면에서 예측을 벗어났다며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하고 있다”면서 “절절한 경우, 금리의 현재 목표 범위를 더 오래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 우리를 놀라게 한다면 이에 대응해야 한다”며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이것에 왜 우리가 선택지를 열어두고 있는 이유이며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오는 3월 연준 측에서 기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조성했으나 그의 발언 이후 하루 만에 3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는 비중이 5%포인트(p) 이상 빠지는 등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도 전날(30일)까지만 해도 3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41%로 봤지만, FOMC 회의 이후 35%가량으로 내려갔다. 이에 반해 5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전날의 85%에서 95%로 뛰어올랐다.

아울러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지역은행 시스템에도 불안이 급습하고 있다.

고금리 유지 시, 국채를 비롯해 지역은행이 보유 중인 자산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현금화할 수 있는 규모가 줄어들게 되고, 대출 수익도 자연스레 감소될 것으로 내다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달 11일을 기점으로 종료되는 연준의 은행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BTFP)도 이에 맞물려 지역은행 시스템의 위기감에 기름을 붓고 있다.

연준이 국채, MBS(주택저당증권) 등 적정 자산을 담보로 최대 1년간 금융사에 대출을 지원해 주는 자금 조달 프로그램인 BTFP 종료가 가까워짐에 따라 시장에서는 소규모 지역은행에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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