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임된 발레리 잘루지니 우크라이나 군 총사령관의 후임자로 발탁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중장. 사진=AP/뉴시스
▲ 해임된 발레리 잘루지니 우크라이나 군 총사령관의 후임자로 발탁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중장. 사진=AP/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있던 인물로 평가받는 발레리 잘루지니 군 총사령관(대장)이 결국 경질됐다.

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8일) 성명을 내고 잘루지니 총사령관을 만나 2년간 우크라이나를 지켜준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에게 해임을 공식 통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성명에서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 이후 가장 큰 변화로 군 지휘부를 새롭게 해야 한다”며 “오늘부터 새로운 지휘부가 우크라이나군 지휘를 맡게 될 것”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요구하는 혁신과, 누가 군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며 “지금이 바로 그 혁신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잘루지니 전 총사령관은 지난 2022년 2월부터 우크라이나군을 이끌며 대러 항전을 지휘한 인물로, 전쟁 초기 키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물리치고 러시아가 점령했던 영토의 약 절반을 되찾으면서 국가영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와 전쟁 전략, 전시 부패 대응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오며 불화설이 커져왔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도 의식한 듯 “잘루지니 장군에게 지휘부의 일원으로 남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강조하면서도 잘루지니 전 총사령관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를 결정적인 해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군에는 즉각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전쟁 현실을 고려한 군의 상세한 계획을 기대한다”며 “전선 관리·동원·모병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번에 후임자로 임명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중장은 방어전과 공격에 모두에 참여한 인물로,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 당시 수도 키이우의 수비를 이끈 공로도 있어 소위 ‘러시아군 킬러’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잘루지니 전 총사령관의 해임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서방과 몰래 휴전 논의를 하다가 들통난 것이 해임 사유라는 설부터 시작해 최근 지지율 평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보다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 차기 권력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의 결과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키이우 사회학연구소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88%가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62%에 그쳤다.

우크라이나 안팎에선 이번 군 수뇌부 경질 사태는 전쟁을 이끄는 지도층 내 갈등을 그대로 노출된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야당 소속 의원인 올렉시 호차렌코는 이번 조치가 대통령의 “거대한 실수”(a huge mistake)라고 평가하고 “이 실수로 인해 나라에 위험이 따르며 우리 모두가 이 실수의 대가를 치를 것(We will all have to pay for this mistake)”이라고 덧붙였다.

바트키우시나당 소속의 또 다른 야당 의원인 발렌틴 날리바이첸코는 “전쟁 중 군 지휘부를 보존하고 지원하며 비판하지 않고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도와야 했어야 했다(help in every possible way)”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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