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전.현직 대통령간 재대결이 조기 확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공화당 대선후보 사퇴를 선언함에 따라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또한 민주당 경선 일정을 소화 중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도 주요 경쟁자가 없어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이에 따라 대선을 244일 앞둔 시점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간 리턴매치가 확정됐다.

양자 대결에서 누가 이길지는 대선이 8개월 여나 많이 남아 있는데다 트럼프가 총 91개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변수가 많아 아직 오리무중이다. 게다가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지지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미지수다. 헤일리의 주요 지지층은 고학력 중도층인데 반해 트럼프 지지층은 주로 생산직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 구도로는 트럼프가 바이든과의 재격돌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많다. 비록 대부분이 오차 범위 내 우세지만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할 가능성이 작지는 않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이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아랍계를 비롯한 유색인종과 진보, 젊은 층의 이탈이 문제다. 이와 함께 고질적 약점인 고령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반면에 트럼프는 미 연방대법원이 지난 4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만장일치로 자격 유지를 결정, 백악관 복귀를 위한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앞선 대선 불복과 의회 난동을 포함한 4개 사건, 91개 혐의로 기소돼 있어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게다가 성추행 피해자에게 1000억 원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민사소송 결과가 나왔고 지난달엔 사업가 시절에 자산을 부풀린 혐의로 뉴욕주에서 6000억 원 안팎의 벌금까지 선고받아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악재를 안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때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로 일관했다. 자국 내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관세 인상, 자유무역협정(FTA) 파기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쳤고, 외교 관계도 국익을 내세우며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했다. 동맹국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와 미군 철수 카드 등을 제시하면서 으름장을 놓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
 
따라서 그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그의 동맹 무시와 고립주의가 국제 정세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켜 지금의 바이든 행정부와 판이한 국제 흐름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1기 때보다 더욱 혼란스럽고 거친 정책으로 미국 국내는 물론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미·중 패권 경쟁 판도 등 국제 정치에 메가톤급 충격을 가해 전 세계가 각자도생의 불확실성 시대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상황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를 전면에 내세운 미국의 무역정책이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럴 경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 캠프는 대선 승리 후 모든 수입 제품에 10% 포인트의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어 그의 재집권 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현재 3%에서 13%로 높아질 것이 확실시 된다.
 
또한 트럼프는 그가 속한 공화당의 만류에도 불구, 주한미군의 일부 또는 전면 철수를 관철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지렛대 삼아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밖에 미국 정부가 한국 전기차·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약속했던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트럼프는 당선되면 취임 첫날 보조금 지급 등을 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하겠다고 공언, 지금처럼 보조금 지원 등이 계속 미뤄져 내년까지 넘어갈 경우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대선까지 남은 8개월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트럼프의 재집권이 현실적 가능성으로 대두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 캐나다 등 일부 국가들은 벌써부터 트럼프 진영에 가까운 인사를 동원해 자국에 불이익이 될 정책 방향을 트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되새기며 미국 대선이 초래할 불확실성에 발 빠르게 대비해야 하겠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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