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023.03.25. 사진=뉴시스
▲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023.03.25.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테라·루나’ 사태로 국내외 피해자들에게 50조원가량의 손해를 끼친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 송환이 결정된 가운데, 미 법무부가자국으로의 인도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7일(현지시간) 미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은 관련 국제·양자 간 협약과 몬테네그로 법에 따라 권도형의 인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은 모든 개인이 법치의 적용을 받는 것을 보장하는데 있어 몬테네그로 당국의 협력을 평가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이날 기존 권씨의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항소법원은 당시 미국 정부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더 일찍 도착했다고 본 원심과 달리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는 이유로 미국으로의 송환 결정을 파기하고, 재심리에 들어갔다.

이에 미 법무부가 권씨가 미국으로 인도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송환 문제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의 이번 결정이 권씨의 승리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권씨의 변호인들은 관련 범죄에 대한 형량이 높은 미국 대신에 한국으로 권 씨가 송환되는 것에 대한 선호를 표현한 바 있다고 짚었다.

앞서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미국 연방법원에서 지난해 11월 기소돼 유죄평결을 받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올해 3월 선고공판에서 사실상 종신형인 100년형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상화폐 업계 변호사들도 권 대표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몬테네그로 법원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메릴린치 변호사 출신의 테런스 양 스완 비트코인 전무는 미국이 특히 FTX처럼 굵직한 가상화폐의 파산에 연루된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기소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결정을 ‘웃음거리’(a travesty)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미국은 아마도 숫자와 금액 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보유한 나라”라며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무죄판결을 받거나, 우스꽝스럽게도 가벼운 형량이 선고될지 모를 한국으로 권도형을 송환하기로 한 몬테네그로 법원의 결정은 다소 ‘터무니없는’(ridiculous)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며, 한국과 미국 검찰 모두 권씨를 사기 및 증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 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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