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공장 등 생산 안정 위한 투자 늘려야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최근 사과를 비롯한 과일 가격이 ‘금값’이라 부를 정도로 치솟았다. 지난해 기상 여건 변화로 생산이 감소하면서 사과 등 저장 과일의 출하가 줄어 물가 관리 전반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통계청이 공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과일 등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다시 3%대로 뛰어올랐다. 식료품 중에서도 사과 도매가격이 1년 전에 비해 배 이상 올라 10kg 당 4만원에서 9만원으로 크게 뛰었고 귤과 배도 급등, 과일류 소비를 위축시켰다. 오이와 파, 애호박 등 채소류값도 올라 국민의 건강 식단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태풍이나 집중 호우 등 영향으로 농축산물값이 급등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종종 발생했다. 그래도 이듬해나 그다음 작황이 좋아지면 다시 가격이 안정을 찾아 물가 관리에 중장기적 어려움은 심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농축수산물의 생산 환경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온난화와 함께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폭우와 국지적인 호우, 가뭄 등 변화의 진폭이 갈수록 커져 작황을 교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폭우나 가뭄에다 극심한 기온변화가 교차하는 기후위기로 경작지를 황폐화하는 재앙까지 나타난다.
 
물가 당국은 올여름을 지나 사과와 배 등 햇과일이 나오면 값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만 올해 작황이 나아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과일 생산을 회복한다 해도 그때까지 국민은 과일이나 신선식품 소비를 줄여야 한다.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이 크게 오른 데 비해 라면, 국수와 베이컨, 소시지 등 가공식품은 하향 안정세를 보여 저소득층은 식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식사의 질을 낮추는 조짐도 감지된다. 농식품 소비 통계분석을 보면 지난 2020년 소득하위 25% 가구에 비해 상위 25% 가구의 과일류 섭취량이 1.5배 많았다. 채소류 섭취량도 비슷하다.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 합성어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주로 곡물값 상승으로 인해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과 수출이 줄면서 발생한 밀과 대두, 옥수수 등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국내에 영향을 미쳐 빵과 식용유 등 상품값이 한동안 오름세를 보였었다. 여기에 이상기후로 발생하는 국내 농산물 작황 불안과 국제원유 가격 상승세가 가세하면 물가 오름세는 당국이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급해진다. 최근 국내 물가는 애플플레이션(Apple+Inflation) 조어가 나올 정도로 오른 과일값 영향을 받고 있다.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안보를 걱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곡물과 채소·과일류에다 육류와 어류까지 먹거리 전체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걱정할 단계다.
 
농업 분야에서 이미 식물공장(Plant Factory)을 통해 생산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식물공장은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외부와 분리된 공간에서 온도, 습도 자동조절과 LED 등 인공 광원을 통한 조명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첨단시설을 말한다. 토지를 이용한 노지재배와 달리 건물 안에서 수경재배를 통해 양액을 공급하므로 병충해 우려가 적다는 장점이 거론된다. 컴퓨터 제어와 인공지능 로봇을 이용한 영농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최적화한 환경을 만들 수 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시스템 도입에 앞다퉈 나섰다. 스마트 팜(Smart Farm) 역시 외부 환경의 영향을 줄이고 IC 기술을 이용한 원격 자동제어 시스템을 적용해 생산하는 등 유사한 면이 많다. 스마트 팜은 식물공장에 비해 토지 의존도가 높고 첨단기술 도입과 규모, 생산 등 지향 방향에 차이가 난다. 외부 환경과 차단된 식물공장에 비해 폭우 등 자연재해에 영향을 받을 우려가 남아 있다.
 
민간 투자 위한 과감한 지원책 필요
 
외부와 분리된 건물에 수직 농법과 인공 광원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하는 식물공장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자본투자가 훨씬 적은 노지재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가지려면 장기 투자로 제조업 못지않은 공장 규모를 갖춰야 가능하다. 식량안보를 위한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투자 및 세제지원이 따라야 한다. 그동안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보유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따라 기업의 농업진출을 제한했지만 식물공장 도입으로 농업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농업 투자를 허용할 때가 됐다고 본다. 곡물 생산까지 식물공장이 경쟁력을 갖기에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나 신선채소 등 작물 생산에는 식물공장 활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팜이나 도시농업은 대형 식물공장에 비해 생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양한 경작을 통해 생산을 보완하고 식품 안전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정부 지원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식물공장이나 스마트 팜 등 생산시설은 노지재배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월등히 많다는 단점이 있다. 전력생산이 충분치 못하면 아무리 투자와 지원을 늘려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제유가 등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국내 원자력발전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보하는 투자가 선결돼야 한다. 그래서 에너지가 곧 국력으로 통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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