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함께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 15일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함께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일본 자동차 업계의 양대 산맥 혼다와 닛산이 독주 중인 도요타자동차를 막기 위한 협력 공세를 펼친다.

이를 두고 기존 제휴 중인 업체들도 이번 세력에 포함시킬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질주 중인 값싼 중국산 전기차(EV) 업체들을 막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온다.

지난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은 EV 차량 소프트웨어(SW) 등에서 포괄적 협업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검토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사는 EV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을 공동 개발하고 차량에 탑재하는 SW를 함께 설계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전력 변화 장치인 인버터와 기어 등을 일체화한 기간 장치인 ‘이액슬’(eAxle)이라고 불리는 EV의 핵심 부품을 공통화하거나 공동 조달하기로 했다.

아울러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도 함께 맞손 잡고 차량에 탑재하는 컴퓨터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OS)의 시스템 설계 등의 공동 연구와 함께 완성차 공급에서도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날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념에 얽매이면 경쟁할 수 없다”며 “신흥 세력 등이 참여하면서 시장이 변화하는 속도가 달라졌다. 개별 기업이 전동화와 인공지능(AI)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혼다와의 협력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도 “가솔린 차량을 생산하면서 확보한 강점으로는 향후 EV 경쟁에서 싸울 수 없다”면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시점이며 (양사의 협력은) 생산 효율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양사는 기술에서만 협력을 다짐하고, 향후 자본 관계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혼다와 닛산의 협력을 통해 타 주요국들에 비해 EV 전환이 늦은 일본 자동차 업계에 상당한 파급을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세계 완성차 1위 업체인 도요타는 자회사 다이하쓰공업을 비롯해 스바루, 마쓰다, 스즈키와 완성차 공급, 기술 개발에서 협력해 왔다.

그간 독자 노선을 고집해온 혼다와 미쓰비시자동차와만 협력했던 닛산은 세계 완성차 1위 도요타자동차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해 왔다.

각사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도요타자동차는 총 1030만대의 세계 판매 대수를 거뒀으며 혼다(398만대)가 뒤를 이었고, 닛산(337만대)이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협력을 통해 북미 시장에 강점이 있는 혼다와 유럽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닛산의 보완 관계를 통해 도요타의 독점 구도를 바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같은 날 닛케이는 “일본 자동차 업계는 중국과 미국, 유럽 업체보다 EV 전환이 늦었다”면서도 “일본 2·3위 업체의 협력 추진은 100년에 한번 일어난다고 하는 자동차 산업 구조 전환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提携が進めば、国内の自動車産業の構造転換を促す契機となる)”고 전망했다.

특히 이 같은 산업적 동맹을 구축함에 따라 시장 내 입지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 EV 업체들을 견제할 동력원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로 우치다 사장이 현재 자사와 제휴 중인 타업체들도 협업 내용에 따라 참여할 가능성도 시사함에 따라 향후 강력한 ‘일본 EV 동맹’이 구축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흘러 나오고 있다.

다만 양사의 협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나카니시 타카키 나카니시 자동차 산업 리서치 대표 애널리스트는 “합리적인 동맹이지만 너무 오래 걸리고 늦었다”며 “기업문화가 다른 양사가 협업 범위를 얼만큼 넓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기업문화가 다르고 재정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양사의 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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