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27일(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회담으로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이 대중국 수출제한을 풀 지 주목받고 있다. 2024.03.28. 사진=뉴시스
▲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27일(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회담으로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이 대중국 수출제한을 풀 지 주목받고 있다. 2024.03.28.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네덜란드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업체 ASML이 올해 초부터 대(對)중국 수출 제한에 들어간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경고와 함께 가하게 제한 해제를 촉구한 것과 달리,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로이터통신(Reuters)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27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뤼터 총리와 만나 “인위적으로 기술 장벽을 만들고, 산업과 공급망을 차단하는 것은 분열과 대립을 초래할 뿐”이라며 이같이 제한 완화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항상 ‘네가 져야 내가 승리한다’는 흑백논리의 이원적 사고가 낡은 것이라고 여겨왔다”면서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은 출구가 없고, 개방적 협력만이 유일한 선택(cooperation is the only option)”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 주석의 경고성 메시지는 ASML이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를 보유한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전선에 동참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강력히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 지난 1월 1일을 기점으로 ASML의 대중국 첨단 장비 수출을 금지 조처했다.

이에 반발한 중국 당국은 금수조치를 해제할 것을 거듭 촉구했기에 이번 뤼터 총리의 방중을 통해 ASML의 대중국 수출 제한 해제 여부를 두고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에 뤼터 총리는 이 자리에서 “디커플링은 네덜란드 정부의 정책적 옵션이 아니”라면서 “이는 중국의 발전 이익에 해를 끼치는 모든 조치는 자신의 이익도 해칠 것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네덜란드가 조치를 취해야 할 땐 결코 특정 국가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when we have to take measures, that they are never aimed at one country specifically)”며 “특히 그 영향이 제한적이고,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전체 경제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항상 노력한다”고 일축했다.

다만 이날 발표된 정상 간 회담 내용에는 구체적으로 반도체 수입 관련 사안이 논의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이 같은 양국 간 정상회담에도 반도체 수출 제한 해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왕원타오 상무부장(상무장관)은 전날 헤오프레이 판레이우언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판레이우언 장관도 뤼터 총리와 비슷하게 “네덜란드의 수출 통제는 어떤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네덜란드의 결정은 독립·자주적 평가에 따른 것”이라며 “안전하고 통제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공급망에 대한 영향을 최대한 낮춘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