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 집단사직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03.09. 사진=뉴시스
▲ 전공의 집단사직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03.09.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의료계 집단행동을 두고 밥그릇을 지키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노 전 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료대란, 앞으로의 전망’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국민은 의사들의 저항을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진료가 지체되는 상황에서 많은 환자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데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며 “전공의들과 교수는 아예 직장과 의업을 포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 법적으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전공의들의 대량 사직을 일종의 파업으로 보고 강제수단을 동원했지만, 전공의들은 실제로 사직 의사를 갖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필정패가 실현될 경우 마주하게 될 의료제도 하에서는 의사를 하는 것이 무가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특히 노 전 회장은 의사들에 대한 ‘국민적 오해’가 있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실은 정치적 목적으로 의대 증원 카드를 꺼내 들었고, 정부는 의대 증원의 명분을 만들어야 했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의대 증원을 외쳐온 좌파학자를 동원하고, 언론을 동원해 여론을 형성했다”며 “국민들은 의대 증원이 의료접근성과 의료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은 의사들의 저항을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력한 공권력으로 의사들의 저항을 잠재우면 떠나간 전공의들이 돌아오고, 의료는 원위치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의료대란은 이제 고작 시작 단계”라며 “대통령과 여당은 정치적으로 참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2만명의 현직 의사들은 정부 조치로 인해 정부 주도의 ‘의사의 악마화’ 작업이 국민에게 손쉽게 먹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 깨달음과 국민의 비난으로 입게 된 상처는 의사들에게 분노 외에도 허탈감과 근원적 상실감을 안겨주었고, 의업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감을 안겨주었다. 필수의료분야를 중심으로 전공의들의 영구이탈로 인해 앞으로 수년간 필수의료분야의 공백 상태는 피할 수 없게 됐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해 시작된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에 인하대 의대 교수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전날(29일) 인하대 의대 교수회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 학교 의대 교수 203명 중 66명(32.5%)이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혔다. 

앞서 인하대 의대 교수회는 지난 14일 낸 성명서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에 대한 정부 협박이 계속된다면 사직을 포함한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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