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펼쳐진 '노가다와 선무당, 그리고 색계'

[투데이코리아=최선명기자] 경성대학교와 부경대학교 사이는 '대학로'로 불리며 넓은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학교와 집만 오가는 학생들이 아니라면 주로 그곳에서 밥을 먹고 쇼핑을 한다. 하지만 문화골목은 어떨까. 부경대학교를 졸업한 한 학생은 들어봤지만 한 번도 간적이 없다고 한다. 목조 건물과 낡은 소품들로 꾸며져 있고 꽃과 나무로 사이로 난 문화 골목은 주변의 콘크리트 건물, 자동차, 북적이는 사람들과 어색하게 공존한다. 다시 보면 복잡한 도심에 묻혀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부경대 쪽으로 가다가 두 번째 블록에서 왼쪽으로 꺾어 걷다보면 오른쪽에 문화골목의 입구가 있다. 잘 살피며 걷지 않는다면 자칫 지나쳐버릴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낡은 지프차를 찾으면 된다. 레스토랑 'Delicioso'인데 문화 골목을 이루는 열 가게 중 하나다. 차 옆에는 문화골목 간판이 길게 세워져 있다. 그 맞은편이 총 세 개의 문화골목 입구 중 하나다.

이곳은 여러 사연으로 자연스럽게 생겨난 골목이 아니다. 건축가 최윤식 대표가 수년동안 문화골목을 짓기 위해 노력해 2007년에 탄생한 곳이다. 노후주택 4채가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했다. 2008년에 '부산다운 건축대상'을 받기도 한 이곳에서는 낡은 자전거, 녹슨 고철이 훌륭하게 분위기 조성에 한 몫하고 있다. 찬 철제 계단도 불안하거나 살벌하지 않다.

100미터도 채 되지 않는 골목에서 즐길 거리는 하루 종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도 아쉬울 정도다. 골목 제일 첫 번째 입구에서 계단으로 올라가면 '용천지랄'소극장이 있다. 이달 25일까지 연극 '미치지 않고서야'를 공연 중이다.

갤러리 '석류원'에서는 무료로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다. 작품 관람 뿐만 아니라 갤러리의 내부가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어 작품 보느라, 내부를 둘러보느라 눈이 바빠진다. 지금은 '마른풀 봄을 노래하다'라는 제목의 김은곤 작가전이 열리고 있다.

갤러리 맞은편에는 커피&와인바 '다반'이 있다. 입구에 가득한 와인병이 와인 애호가 뿐만 아니라 분위기 있는 곳에서 와인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람이 모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다. '고방'은 나무로 꾸며진 인테리어와 가구들로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누구와 함께 오든 마음의 긴장을 풀고 편안히 이야기하다 보면 일상 쫓겨 잃었던 여유를 되찾을 수 있다.

'다반'의 2층에는 '노가다'라는 라이브 맥주 카페가 있다. 벽면은 오래된 LP판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고 라이브홀도 마련되어있다. 이곳은 평소 외국인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고 한다. 듣고 싶은 곡이 있다면 신청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오리엔탈 풍의 재즈 바 '색계', 가정식 노래방 '풍금'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인 '선무당'이 각기 다른 이유와 특색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기념으로 작은 엽서·공예품·선물용품 등을 사고 싶다면 '골목가게'로 가면 된다.

식사 혹은 연극 등의 목적 없이 골목을 찾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낮에 문화골목에 가면 사진기를 들고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 사람을 자주 본다. 한 학생은 감상하고 사진 찍으러 이곳에 가끔 간다고 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 장소만의 특별함이 있다는 것이며 그 경험을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타인에게 소개하고 싶은 심리다.

처음 찾아가기 어렵지만 한번 가게 되면 자꾸 생각나는 골목은 좁고 짧지만 금방 끝나지 않는다. 몇 번을 가도 완벽히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알차게 들어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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