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들, 동행 53년 4월28일~5월 3일 인사아트센터

▲통영의 두 거장이 '아버지와 아들 동행 53년'으로 서울 인사동의 문을 두드린다.
예술적 영감이 푸르게 살아 숨 쉬는 통영의 두 거장이 '아버지와 아들 동행 53년'으로 서울 인사동의 문을 두드린다.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3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 제3전시실에서 열리는 '전혁림ㆍ전영근 2인 초대전'은 문화체육관광부ㆍ서울시문화예술회관연합회ㆍ(재)통영국제음악제 ㆍ전혁림미술관 후원으로 사과나무미디어 주최ㆍ 주관으천수(100세)를 내다보는 현존하는 화단의 최고 원로인 전혁림(96) 화백과 대를 이어 화업에 정진하는 전영근(52) 화백과의 부자 전시회이다.

이번 만남은 오롯이 실천된 예술혼과 미술계의 중심부에서 거리를 두었다는 점, 결코 일시적 유행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로 매우 닮아있는 부자(父子)의 작품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로 개최되는 것이다.살아있는 거장 전혁림 화백은 "눈만 뜨면 그림을 그리고 머릿속은 늘 새로운 생각들로 출렁거리고 아이디어가 용솟음 쳐. 시력이 까딱없지 손놀림도 힘이 차지, 이건 하늘이 내게 준 복이야"라며 여전히 형형한 눈빛은 밝게 빛나고 악수를 하는 손은 힘이 꽉 들어가 있다.

전혁림 화백은 한 세기를 지나 한국현대사의 격동기(일제시대,한국전쟁등)와 동랑 유치진, 청마 유치환, 윤이상, 초정 김상옥, 대여 김춘수 등 통영이 배출한 문화 대가들과 문화운동을 주도했던 이 시대의 위대한 현역 화가이다.지난 2005년에는 '구십, 아직은 젊다' 초대전을 가질 정도로 그림에 대한 끊이지 않는 열정을 뿜어내 왔다.

미술평론가 오광수(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가 확인한 전혁림에겐 '지방'개념이 넓게 '한국'으로 생각되는 사실과 동시에 민족적 혼을 담고 있다면 그것은 한국의 정신과도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실로 전혁림 화백은 "나는 민화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화면의 구성법 모티브, 색채 혹은 시대성 등이 그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서민의 애환을 유감없이 화면에 담았기에 우리 한민족의 미의식과도 일맥상통한다.이번 초대전을 통해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조형의식과 통영의 섬과 바다 하늘을 나타내는 색과 한민족의 오래 시간으로부터 전해온 향토적인 소재(민화에 주로 사용된)인 오방색(청,백,적,황,흑)을 토대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한국화단의 거목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는 자리이다.

▲어떤 서구현대미술로부터도, 부친의 작품으로부터도 독립된 자신만의 세계를 열수 있는 실마리 였다.
대가의 아들로서 지극한 효심을 가지고 그림을 가업으로 잇는 전영근 화백은 그의 유년시절과 청년기의 대부분을 아버지인 전혁림 화백의 수많은 작품들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아버지와 같은 화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영근 화백은 회화적 평면성을 채우는 공간,형태,움직임에 대한 정교한 다의성을 지닌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정립해 나가면서 화가로서의 위대한 업적을 이뤄왔다.

전영근 화백은 기억의 잔상들로부터 보물처럼 꺼내곤 했던 것은 유소년 시절 잊을 수 없는 곡마단의 신기한 광경이다. 통영의 고결한 문화적 풍토에서 성장한 전영근 화백은 자신의 소중하고 비밀스러운 '상자'로부터 곡마단의 추억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어떤 서구현대미술로부터도, 부친의 작품으로부터도 독립된 자신만의 세계를 열수 있는 실마리 였다.

더불어 TV 매체와 영화,그리고 백남준의 비디오 영상 등이 갖는 평면성 속의 움직임이 끊임없이 교차되며 분열됐다가 뭉치고, 결합과 해체를 반복하며 자신의 삶의 체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화폭에 담았다.

전 화백은 지난 3월에는 백송갤러리 초청으로 뉴욕과 버지니아 주 등지에서 초대전시회를 가졌으며 4월1일 선화랑 33주년 개관기념 363인전에 작고ㆍ원로작가 30인전에 초대된 부친 전혁림 화백과 함께 초대되는 는 등 화단의 중진으로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폴 라이언(화가,미술평론가)은 미국 버지니아 공대 부설 Perspective 갤러리에서 열린 전영근 초대전에서 "단순한 회상이나 향수로서의 대상이 아닌 간직해야 할 이야기들,알아야 할 것들, 풍경들을 위해 절실한 과거를, 지키고 알리며 재해석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회화의 평면성을 탈피한 역동성에 감명 받았다"고 격찬했다.

평론가 이재언씨는 오래전 전혁림 화백을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쓴 글에서 “전혁림 화백을 얼마전 만난 적이 있는데 전 화백이 말씀하시길 '우리 영근이가 재능으로 보아서 지금 아버지 뒷바라지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내 자식이지만 뛰어납니다'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이는 부자관계를 넘어 예술적 가치관을 같이하는 동지적 관계로 인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영근 화백의 작품들을 보면 '왜 부친인 전혁림 화백이 그런 말을 했으며 세계가 계속 그의 작품들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는가'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답이 될 것이다.

한편 부친에 대해 극진한 효자로 알려진 아들 전영근 화백은 부친의 건강상태에 대해 우려와 걱정 속에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년의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부친 전혁림 화백이지만 워낙 고령이시라 이번 전시회가 부친 살아 생전 마지막 서울나들이가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건강이 많이 나빠진 전혁림 화백은 전시회 오픈식이 있는 오는 28일 한의사를 주치의로 대동하고 참여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 화단 최고 원로와 그의 아들, 두 부자가 함께 해온 53년의 세월이 그림으로 오롯이 관람객들을 맞는 이번 전시회는 그래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 특별취재팀 cnk@s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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