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맥도날드, 파파이스 등 소비자와의 약속 불이행

지난 2006년 10월 6일 한 일간지에서 롯데리아 측은 '올 연말까지 전체 매장으로 전메뉴의 원재료와 칼로리를 표시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가 지나고 2007년이 된 지금도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정의 다음지킴이 본부 측에서 롯데리아를 비롯한 맥도날드, 버거킹, KFC, 파파이스 등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한 결과, 영양표시를 하는 것에 등한시하거나 의도적으로 영양표시를 하고 있지 않았다.

또한 자사의 매장이나 포장지에 영양성분 표기 확대 등 소비자와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이 문제는 최근 불거져 나온 문제가 아니다. 업체 측은 패스트푸드에 관련된 건강상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영양표시를 하겠다고 밝혀온 바 있다. 그러나 늘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기준 없는 영양표시, 업체 측 마음대로

롯데리아의 경우 2007년 현재 여전히 일부 롯데리아 매장에서만 영양표시가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시행되고 있는 매장의 메뉴보드 역시 깨알 같은 글씨로 칼로리와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있어 소비자에게 정보제공의 의미를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시력테스트를 방불케 할 뿐이다.

맥도날드의 경우 본사 CEO가 나서 2006년까지 전 세계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 포장지와 음료 용기에 영양성분을 표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재 국내에서 시행중인 매장은 없다.

영양성분표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파파이스도 마찬가지다. 2004년 6월 '환경정의'에서 보낸 '패스트푸드 원재료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으로 '하반기에 홈페이지 및 매장을 통해 제품의 영양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으나 2007년 현재까지 홈페이지 어디서도 그러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사진설명=영양정보 공개를 약속한 파파이스의 공문]


소비자 우롱하는 영양성분표시

그러나 영양표시를 했다고 해도 믿을 게 못된다. 패스트푸드는 열량과 지방, 나트륨이 높아 소아비만의 우려가 높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롯데리아의 경우 몇 개 제품을 제외하고는 나트륨을 '미검사'라는 명목으로 표시해두고 있다. 또 세트메뉴에도 나트륨은 '0'으로 표기돼 있다.

게다가 최근 아침 메뉴를 비롯해 등장한 신제품은 영양정보에서 누락돼 있고, 음료도 작은 사이즈를 기준으로 표기하는 등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고 있는 사례가 빈번하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제품은 단품보다는 대부분 '버거+감자튀김+음료'로 구성된 세트메뉴이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사 홈페이지의 영양성분표시는 각각의 제품별로 돼 있다. 따라서 세트메뉴를 먹었으면 소비자 스스로 칼로리와 나트륨의 양을 일일이 더해봐야 한다.

게다가 맥도날드의 경우 세트메뉴 소개란에 전체의 영양성분을 표기해 주는 것처럼 하면서 단품 햄버거의 수치만 표기해, 세트메뉴가 실제 영양성분보다 훨씬 작은 수치처럼 인식하게 한다.

[사진설명=빅테이스티 버거 세트 실제 열량]

[사진설명=홈페이지 상의 빅테이스티 버거 세트 영양성분표기]


어린이세트 영양표시는 장난감으로 묻어가기

어린이들은 아직 성장 및 발달의 시기이기 때문에 먹을거리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따라서 영양표시와 성분에 대한 정보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사항이 된다.

하지만 패스트푸드 업체에서는 모두 어린이세트를 판매하고 있음에도 불구, 영양성분표시는 따로 없다. 특히 KFC를 제외한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파파이스는 어린이세트 메뉴에 매달 장난감을 바꿔가며 어린이들의 시선잡기와 입맛 길들이기에 열중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는 외면한 업체들은 특별한 규제가 없는 한 오로지 판매실적에만 열을 올리는 현실이 돼버렸다.

한국소비자는 눈 뜬 장님?

패스트푸드는 전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영양표시와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다. 패스트푸드의 본고장인 미국의 경우 맥도날드 홈페이지에는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을 비롯한 당 성분 함유량까지 표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일일권장량에 대한 백분율과 기준량 설명과 알레르기 유발식품까지 표기해 소비자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보(롯데리아의 경우 일본)를 다양하게 알려주고 있다.

[사진설명=미국 맥도날드 홈페이지]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나와 있지 않거나 나와 있다 해도 열량과 영양성분까지만 표시돼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 소비자는 몰라도 된다는 식의 '나 몰라라' 태도는 이제 벗어날 때가 됐다.

정보제공은 의무라는 생각보다 소비자의 요구에 대한 업계의 자발적인 결정이 필요할 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패스트푸드 업체의 영양표기는 식약청의 '어린이 먹거리 안전 종합대책'에 따라 2010년부터 의무적으로 시행될 계획이다. 또한 환경정의 다음지킴이 본부 등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을 펼치는 다양한 활동단체에서는 소비자의 알권리 확보를 위해 끊임없는 운동과 모니터링을 벌일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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