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과 청계천, 백낙청과 천안함

▲도올의 무죄 방면보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보수단체들의 고발 이후로 도올의 공개적 발언이 일체 사라졌다는 점이다.

[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도올 김용옥은 정부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중간발표가 나온 직후인 5월 23일 서울 봉원사 강연에서 '개그'라고 조롱했다. “이런 말 하면 잡혀가겠지만 나는 0.0001%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보수단체들이 국가보안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도올은 9월 27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강연 내용에 법률에 적용될 위법적 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검찰로서는 매우 너그러운 처분이다.

검찰 판단의 배경에 이만한 일로 말 많은 지식인을 건드렸다가 벌떼처럼 달려들 좌파 세력의 공격을 귀찮아 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좌파뿐 아니다. 천안함 조사 최종발표 후 국민 약 70%가 '안 믿는다'고 대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도올의 무죄 방면보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보수단체들의 고발 이후로 도올의 공개적 발언이 일체 사라졌다는 점이다. 천하의 도올도 검찰만큼은 무서웠던 것일까, 자중 모드로 들어간 것이다.

검찰이 도올에게 면죄부를 주었으니 그의 입이 다시 열리지 않을까. 어떻든 헛소리에 대해서는 고소와 고발이 효과적 대응임이 분명하게 입증됐다.

도올이 누군가.'천상천하 유아독존', 대만 일본 미국 3개국 유학을 마치고 1980년대 중반 한국사회에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세상만사에 대해 독설을 퍼부어 온 우상파괴자이다. 1987년 민주화항쟁 와중에서 나홀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고려대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그러나 곧 복직 운동을 벌이다 여의치 않자 스승 김충렬 교수를 비난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학계로부터 추방되었다. 그 뒤로 그의 필설은 더욱 과격해졌다.

그러나 정치건 경제건 권력에 대해서는 거역하지 않고 추종했다. 노태우 김우중 정몽헌 노무현 등을 글로써 미화했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자마자 처음으로 인터뷰를 들이댄 것이 도올이다. 도올은 2007년 노 대통령을 따라서 간 평양에서 어린 소년들이 대소변을 지려가며 공연하는 '아리랑'을 보고 감탄하는 글을 썼다.

도올의 날카로운 우상파괴 정신이 북한 방문에서는 수면 모드였다. 김정일도 그에게는 권력으로 이해된 것일까.

권력 추종적인 도올이 왜 이명박 대통령과는 척지게 됐을까.

이 대통령은 집권 후 인사 때마다 대학 교수를 중용했다. 그런 대통령이 도올을 외면한 것은 교수를 넘어 '선생' 반열에 들어섰기 때문일까. 아니면 도올이 자신을 인정해 준 노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것일까. 그 단서는 도올의 저서 '청계천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이 나온 2003년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청계천 복원을 추진하던 시기다.

도올은 책에서 “청계천 복원의 풍수지리학적 당위성을 말하고 서울을 풍류적 미래도시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가 미래도시의 철학으로 제시한 '유교적 풍류'란 개념은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철학과 거리가 멀다.

복원된 청계천에 도올이 주장한 유교적 풍류가 숨 쉬고 있다는 설명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이 사실과 도올의 안티 MB 언행은 상관이 있지 않을까. 명분과 실제의 관계는 참 오묘하다.

현대과학의 전 분야가 동원되며,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집약되는 현대전에 대해서는 아무리 하버드대 철학박사라 하더라도 권위 있는 견해를 갖는 게 불가능하다.

도올이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철학적 설명을 한다면 수긍할 대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뢰 폭발과 군함의 침몰, 조류의 운동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분수를 크게 넘는 일이다.

역시 하버드대 영문학박사인 백낙청도 도올 발언과 비슷한 시기에 천안함에 대해 북의 어뢰 공격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은폐하고 싶은 유형의 어떤 사고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적당히 장난치려고 했는데 장난이 너무 심해서 장난이 아니게” 돼 버렸다는 것이다. 자신의 제한적인 지식으로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하며 국민을 속인 지식인은 언젠가 그 값을 치른다.

천벌은 그들이 탐내는 명예에 떨어지게 된다. 아무도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되는.그래서 여덟 개 발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중금속으로 오염된 머릿속 먹물을 뿜어대는 낙지와 주꾸미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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