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흘긴다'는 속담이 있다.

최근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와 관련해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이 속담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난 11월29일,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기한(12월2일) 이틀 전, 예산안 처리를 9일까지 미루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권은 마지노선이었던 8일 오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면서 또다시 기한 연장을 한나라당에 요구했다.

이를 야당의 시간끌기 작전이라고 판단한 한나라당은 8일 오후 2시경, 민주당 등 야권의 훼방에 맞서 몸싸움 끝에 내년도 예산안을 전격 통과시켜 버렸다.

이렇게 해서 309조1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은 결국 국회의 손을 떠났다. 급기야 민주당은 '날치기 통과'라며 장외 투쟁에 나섰다. 어쨌든 예산안 처리가 법적으로 마무리된 국회 안에서의 투쟁은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다음날인 9일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00시간 대국민 서명운동'과 '날치기무효 대국민 걷기대회' 등을 벌였다.

이들의 장외투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3일부터 인천을 시작으로 대전, 부산 등 전국을 돌며 대국민 서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것 같다. 왜일까? 과거 10년 국회 예산투쟁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국민들에게는 특히 예산국회는 '의원들의 쌈박질로 끝나는 국회'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또 야당이 국회 안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안먹히면 장외로 튀어나가 국민 핑계로 여론몰이를 해온 게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 모두가 국가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무엇보다 야당의 이번 장외투쟁에 대해 국민과 여론은 전례없이 싸늘하기만 하다.

민주당 수뇌부는 장외투쟁으로 2007년 광우병 촛불정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파괴력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광우병과 예산안은 그 본질이 다른 사안이다.

그럼에도 재야 세력들이 사용해온 여론몰이 방식에 제도권 선량들이 매번 유혹 당하는 것은 국회라는 제도권 안에서 일하도록 충분한 권한과 의무를 부여받은 선량들로서는 반칙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꼼꼼하게' 예산안을 살펴 처리할 생각이었다면 최소한 본회의 '보이콧' 등의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

매년 한 번 100일간의 일정으로 정해져 있는 정기국회에서 특히 서민 복지 예산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결국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다가 '졸속처리'를 방조한 민주당이야말로 '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영남에서는 구제역, 호남에서는 AI가 발생하는 등으로 어려운 시기다. 따라서 국회가 나서서 처리해 줘야 할 문제들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민주당이 장외를 떠돌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사안들의 졸속 처리를 미리부터 조장하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으로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선량들이라면 당장 장외투쟁을 멈추고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요 며칠간 날씨가 대단히 춥다. 장외투쟁, 여론몰이하기에 이보다 더 부적절한 날씨도 없을 것이다.

영하의 거리에서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로 만들고 있는 야당 의원들이 진정으로 시국을 걱정하고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면 지체없이 국회로 돌아가서 앞으로 처리해야 할 산적한 서류들을 미리 꼼꼼히 살펴서 더 이상 졸속처리, 날치기 처리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원내에서 투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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