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안된 강사진에 고가 수업료 태반 '문화 양극화' 부채질

그야말로 문화센터의 부흥이다. 구청, 동사무소, 도서관, 사찰, 백화점, 대형 할인마트에 이르기까지 문화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어떻게 우리 생활 깊숙이 문화센터가 자리를 잡게 됐을까.

'문화'의 범주는 다양하다. MP3로 음악을 듣는 것도 문화생활이고 오페라를 보는 것도 문화생활이다. 하지만 '문화생활'하면 어렵게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것.

이런 환경에서 문화센터가 서민들의 갈증을 해소해준 것은 분명 사실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장소도 주거지와 가까워 부담감도 없었다. 따로 학원을 다닐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문화센터는 그야말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통로로 인식됐다.

하지만 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던가. 지금의 문화센터는, 몸집은 커졌지만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강좌의 양과 문화강좌를 개설한 곳은 비약적으로 늘어났지만 늘어난 양만큼 질 또한 높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저렴한 문화센터? 옛날 말 된지 오래

애초 문화센터가 가졌던 취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영역을 배우게 하는 것이었다. 특히 백화점 문화센터의 경우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각종 문화센터들은 저마다 지역민들 혹은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문화센터를 운영한다고 말한다. 수익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 취지대로 저렴한 가격으로 수강생들에게 양질의 문화 강좌를 제공하는 문화센터는 찾아보기 힘들다.

보통 문화센터가 3개월 코스로 구성돼있지만 실제로 수업을 받는 것은 한달도 채 되지 않는다. 말만 3개월 코스인 것. 단 3회 수업을 하면서 3개월 코스로 잡아놓은 경우도 허다하다.

아이파크 백화점 문화센터의 '김동찬의 대중가요와 신나는 노래 인생'이라는 강좌의 경우가 그 예이다.

이 문화센터의 경우 1만원부터 30만 원의 강좌가 있다. 하지만 수강료의 차이에 따라 강좌가 심도 있게 진행되는 것 또한 아니다.

어린이 골프교실의 경우 주 3개월 동안 주 2회 수업에 3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노래교실 같은 경우 12회 수업으로 15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

1만 원 대의 수업은 단 1회 한 시간 수업으로 그치는 경우이고, 10만 원 이하의 수업은 3개월 동안 대 여섯 번 이상 수업을 받는 것이 드물다.

◆검증 안 된 강사진 태반

문화강좌의 수만큼 강사진 또한 상당하다. 하지만 실력이 검증된 강사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문화센터에서 강사들의 자세한 이력을 소개하고 있지 않아 수강생들은 문화센터가 잡아 놓은 수업 내용, 주변의 평으로 수업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 강사진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도 못한 채 수업을 신청하는 것이다.

신세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노래 강의를 맡고 있는 한 강사의 이력은 라디오 방송 2회 출연이 전부이다. 타 문화센터의 경우에는 강사 소개를 하고 있지 않는 곳도 허다하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센터 황윤주 주임은 “수많은 강좌가 있는 상황에서, 강좌별로 유명한 강사를 초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잘 알고 있지 못할 뿐이지 그 분야에서는 전문 지식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 분들이다”라며 강사진의 실력 미달 여부를 부정했다. 대중들에는 생소한 강사들이지만, 그 분야에선 전문가라는 것. 하지만 다른 곳에 출강을 나가는 일도 없고, 몇 차례 방송 출연한 것이 전부인 강사를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화센터의 경우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린 자녀와 함께 하는 수업이 인기다. 하지만 강사진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은 것 또한 유아 대상 프로그램이다.

아이파크백화점 문화센터 아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수강한 적이 있는 김미진 씨는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인데 초점이 아이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게 느껴졌다. 내가 느낄 정도인데 애기들은 어땠겠는가” 라고 말했다.

전문가에게 수업을 받고 싶은 것이 수강생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강좌 수를 늘려 제 몸짓만 키우려 하는 요즘의 문화센터에서 실력과 열정 있는 전문 강사를 만나기란 쉽지 않게 됐다.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해준다더니…

대부분의 문화센터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하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문화센터의 강좌를 보면 일부 영역에만 치우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래, 요리, 춤, 서양악기, DIY, 학습을 제외하고 활성화된 문화강좌를 찾아보기 어렵다.

전통 악기 소금 연주가 이정희 씨는 “전통악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문화센터에서도 국악인 경우에는 인기가 없어 제대로 소개를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소금의 경우에는 더 심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문화센터에는 인기 있는 분야에만 강좌가 집중돼 있다. 비인기 영역을 활성화시키는 문화센터는 찾기 힘들다.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해주겠다던 문화센터가 오히려 문화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학원이나 아카데미에 비해 문하센터가 매력적인 곳임에는 틀림없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고, 주변에 아는 사람과 함께 수강하는 것도 수월하다.

하지만, 수강인원이 수십 명을 웃돌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심도 있는 수업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초급반이나 중급반이나 큰 차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 실제 수업이 초기 커리큘럼과 달리 움직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강사의 일정과 문화센터의 사정에 따라 일정이 조정되는 것이다.

문화 활성화와 서민들에게 삶의 활력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센터는 지금, 힘없는 수강생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커버렸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