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유럽에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미사일 방어망(Missile Defense)이란 미국으로 향하는 공격미사일을 도중에 파괴하는 요격시스템을 말한다. 초고속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다른 미사일로 요격하는 것은 총알로 총알을 격파하는 것만큼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 모두 이런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요격미사일 시스템 구축을 사실상 포기하는 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21세기 과학기술의 발전은 미사일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내었다. 미국은 이미 알래스카 기지에 소규모의 요격미사일을 실전 배치해 놓았다.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데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그 하나는 기술의 발전이고 다른 하나는 전략적 요충지에 레이더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최신의 기술을 이용해서 보다 성능이 좋은 요격미사일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의 주요 지점에 요격시스템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레이더망 구축도 병행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핵심 레이더 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동유럽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체코와 폴란드에 미사일 방어망을 지원할 수 있는 레이더 기지를 건설하려고 하는데, 러시아가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서 러시아의 반격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되면 러시아가 느끼는 위협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해서 러시아의 우려는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미사일 방어망 기술을 공유할 수 있다는 유화책까지 제시했지만 러시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동북아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그 명분은 북한의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이다. 동유럽의 미사일 방어망이 러시아의 서쪽을 위협한다면 동북아의 미사일 방어망은 러시아의 동쪽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시베리아가 서부 러시아에 준하는 전략적인 가치를 지닌 지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만큼, 러시아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 방어망을 러시아의 안보이익을 해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러시아는 미일 양국에 미사일 방어방 구축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 북한에 대해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역시 미사일 방어망을 바라보는 관점은 러시아와 대동소이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싶어도 중국과 러시아의 압력 때문에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마치 물로 끌 수 없는 큰 불을 새로운 불을 지펴서 끄는 맞불작전을 상상해 본다.

진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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