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막골 촌장이 들려주는 리더십의 의미를 카다피와 김정일 부자는 되새겨야 할 때다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대학시절 정치학 강의를 수강한 적있다. 벌써 수년 전 이야기지만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 이유는 그날 교수가 던진 질문 때문이다.

강의실에 들어선 교수는 아무말 없이 칠판에 '리더십'이라는 세 글자를 써내려가며 수강생들에게 뜨거운 화두를 던졌다.

여기 저기서 리더십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정치학자의 이론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필자는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지식이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그 어떤 리더십에 대한 정의도 100% 공감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로 리더십은 필자를 괴롭히는 난제였다.

리더십에 대한 고민은 예상 밖의 시간과 장소에서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2005년 지인과 함께 찾은 극장에서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을 관람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1950년 11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그 때, 태백산맥 줄기인 함백산 절벽들 속에 자리잡은 동막골에 미군, 그리고 남쪽의 국방군, 북의 인민군들이 찾아들면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이날 리더십에 대한 오랜 고민에 해답을 준 명장면은 인민군 장교 리수화 역의 정재영과 동막골 촌장 역의 정재진이 나눈 대화다. 리수화는 촌장에게 작은 소리로 묻는다.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부락민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위대한 영도력의 비밀은 무엇입니까?"라고. 촌장은 담담하게 답한다. "그야 뭐 많이 먹이는거지". 그렇다. 진정한 리더십은 추종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리라.

지난 1월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시작한 민주화 바람이 이집트를 강타한 데 이어 42년 동안 철권을 휘둘렀던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제 '리비아 사태'는 내전 양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세계는 전투기를 이용해 폭격을 가하고 용병을 투입하는 등 자국민의 피로 정권을 유지하려는 무아마르 카다피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지난 22일, 리비아는 물론 예멘, 바레인, 이란 등 인접국으로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중동민주화 바람과 뉴질랜드 지진 등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자정 무렵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대국민 연설을 했다.

하야 발표가 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카다피는 장장 75분간 "마지막 피 한 방울이 쏟아질 때까지 싸울 것" "끝까지 싸우다 순교할 것" 등 궤변을 늘어놨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붕괴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카다피는 애써 온몸으로 거부하려는 처절한 모습을 보였다.

튀니지발 중동 민주화 시위의 광풍은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을 무너뜨리고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 전체로 번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까지 "제2의 재스민 혁명을 일으키자"며 민주화의 물결이 밀어 닥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식 사회주의'의 북한은 어떨까?

북한은 지난해 9월, 44년 만에 당대표자회의를 열고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우며 '3대세습 체제'에 박차를 가했다. 27세, 볼록 튀어나온 배와 기름기 넘치는 얼굴은 8만원에 딸을 파는 애끊는 모정, 매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북한 주민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현재 아랍에 불고있는 민주화에 대한 광풍이 북한까지 밀어 닥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다른 나라와 달리 외부세계와 고립된 상태이며 주민통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발달하지 않아 아랍과 같은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심각한 경제난과 장기간의 독재로 인한 주민의 생활고 및 반인권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북한도 예외일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이며 북한과 같이 주민통제가 철저했던 리비아에서 민중 봉기가 일어난 이후 이 같은 주장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카다피의 리비아와 '3대 세습'의 북한, 모두 '시간'이라는 무기를 들고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열망 앞에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비록 북한이 리비아와 같이 민심이반 현상이 충분히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그 같은 징후는 최근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리비아 사태 이후 북한 당국이 부쩍 체제 선전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두려움의 반증일 것이다. 국민이 등 돌린 지도자의 말로는 참담하다. 튀니지가 그랬고 이집트도 그랬다. 특히 이집트 30년 철권통치는 18일 간의 시위로 무너졌다.

카다피와 김정일·김정은 부자에게 '웰컴 투 동막골'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큰소리 한번 치지 않고 부락민을 사로잡을 수 있는 위대한 영도력의 비밀은 무엇입니까?"라는 인민군 장교 리수화의 물음과 "그야 뭐 많이 먹이는거지"라는 동막골 촌장의 답에 귀 기울이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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