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이야기] ①핫 이슈 군가산점 부활

고조흥 의원의 군가산점제 부활 법안이 장안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군가산점제는 공무원 채용 시험 응시 때 평균 3~5점을 가산하던 제도였으나, 이미 지난 99년,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던 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 및 군 관계자를 중심으로 군병력 사기 차원에서 온당치 못한 결정이라는 '볼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또 사회 지도층의 병역기피와 이로 인한 박탈감, 병력 부족으로 인한 여성의 징집 필요성 대두 등 여러 문제가 맞물리면서 군복무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해 줘야 한다는 여론도 설득력 있게 등장함으로써, 이런 여론을 배경으로 결국 다시 법안이 제출됐다.

그런데 이 법안 제출과 찬반 갑론을박 사이에는 흥미로운 현상이 숨어 있다. 군필 남성 집단이 급격히 이익집단화되어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

군필 남성들은 지난 99년 위헌 결정 당시만 해도 강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반발이 없지 안않지만, 여성계 등과 '일전을 불사'하기엔, 사회 일각에 남아 있던 기득권자, 예비 가부장의 지위와 체면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던 것. “여성과 장애인이 차별 없이 도전할 영역이 사실상 공직 외에는 드물다.

그런데 군필자 가산점이 너무 많아 우리는 진입 자체가 어렵다”라는 여성계 등의 주장에 “군대에 안 가는 2년 동안 자기 계발을 하면 되지 않느냐?”라든지 “군복무는 힘들다. 그러니 이 정도 보상은 당연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여 대응하기엔 뭔가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여져졌다. 이에 따라 “(저쪽 주장에 100% 수긍하긴 어렵지만) 결국 남자들이 마음 넓게 양보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들렸다.

헌법재판소가 '지나치게 많은 가산점'을 문제 삼았지만, 대신 국회가 새로 적당한 정도의 가산점'을 새로 입법을 하거나, '다른 형태의 적당한 보상과 명예'를 마련해 주리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8년새 사회는 더 많이 변해 왔다. 남성이 여성보다 특별히 많은 권리를 누리지 않는 방향으로 사회는 변하고 있다. 대학 진학률과 각종 사회 진출 지표를 놓고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거나 차별을 크게 받는 징표가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여성이 차별받는 집단, 보호해야 할 대상, 배려 대상인지 근원적 의문이 많은 군필 남성 사이를 휘젓기 시작했다. 그리고 8년 동안 군필자에 대한 보상은 사실상 없다시피 방치돼 왔다.

◆'폭탄'을 방치해온 국회에 실망....'전거성' 등 새 스타 중심으로 뭉쳐

이런 터에 고조흥 의원(한나라당)이 군가산점제를 주활시키자는 기치를 들었다. 지난 99년 위헌 결정을 의식, 가산점 폭을 줄이고, 횟수 제한을 두는 등 위헌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법안이다. 고 의원은 “조그만 가산점을 주자는 안에 어머니(의원)들이 어떻게 이렇게 무정할 수가 있느냐”고 반대파 의원 특히 여성 의원들을 압박 중이다. 조성태 의원은 “국방장관 재직 시절 가장 통한스러웠던 일이 바로 군가산점제 위헌 결정이었다”며 부활을 강력히 엄호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그러나 99년 위헌 결정을 들어 가산점제 부활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명자 의원이 “위헌 판결이 난 사유를 현 개정안이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느니만큼 법조 전문가나 이해당사자 그룹의 의견을 폭넓게 들은 뒤 결정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고, 김현미 의원은 본지 기자의 군가산점제 부활 문제에 대해 “일단 위헌 결정이 나지 않았나. 위헌 당시의 조건이 해소됐는가가 중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피력했다.

가산점 부활에 다소 부정적인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던 송영선 의원측은 2일 본지 기자의 질문에 “일단 민감한 문제라 입장을 다시 정리하도록 하겠다”는 답을 내놔 어정쩡한 관망세로 물러났다.

대선 주자인 천정배 의원의 캠프 관계자는 군가산점제에 대한 천 의원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확한 확답은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일단 위헌결정이 기존에 있었지 않나. 부활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잠정 답변을 내놨다.

이들 논의를 살펴보면, 군가산점제 부활 찬성론자나 반대론자나 99년 위헌 결정 당시의 상황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8년간 군필자에 대한 '보상'이라는 주제가 사실상 '망각'되어 왔음을 가리킨다. 이런 상황에 대해 블로그 사이트 '이글루'에서 활동 중인 논객 '산왕'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헌재는 (가산점제를 폐지했지만) 군필자에 대한 합리적 보상도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그리고 일단 헌재 판결에 의해 군가산점은 폐지되고 다른 보상을 계속 차기 의회, 다음 정권으로 계속 미뤄지게 됐지만 그 합리적 보상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모르고 섣불리 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보상은 필요하지만 보상은 없는 상태가 유지돼 왔다”고 정리한 바 있다. 즉 99년 헌법재판소에 회부될 당시 찬반 양쪽의 극심한 의견대립을 지켜봤던 정치인들이 이 위험한 문제를 '묻어뒀던' 것이라는 소리다.

또 금년은 대선이 있고, 내년은 총선이 있다. 선거에 매몰돼 정치인들이 군가산점 제도 부활 여부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란 우려도 군가산점제 부활 찬성론자들 사이에는 돌고 있다.

해운회사 직원 A 씨는 “단순히 군가산점제 부활 찬성 반대가 문제가 아니다. 군필자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의 보상을 할 것인가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회는 대선정국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이 문제를 심도있게 다뤄주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상황이니 군필 남성들은 국회와 정상적인 입법 과정 대신 시원스러운 발언으로 밀어붙이는 전원책 변호사 등에게 열광하는 태도를 보인다.

“먹어도 먹어도 배 고픈 게 군대”, “100만원을 줘도 가기 싫은 게 군대 아니냐” 등등 적나라한 일갈로 전 변호사는 일약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전 변호사에게 전거성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동영상을 퍼나르고 있는 네티즌들도 부지기수이다.

반면, 군가산점제 부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송호창 변호사는 각종 협박 전화가 걸려올 정도로 시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下>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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